상장 앞두고 평판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평
오히려 지지 여론은 긍정적 요인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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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터질 것이 터졌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따른 그룹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발언이다. 그간 정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으로 홍보와 구설수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왔는데, 이번 발언으로 그룹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상반기 상장을 앞둔 쓱닷컴 역시 해당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불거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른바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 이후 각 계열사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6.8% 하락했다. 관련주로 분류되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주가도 5.34%, 신세계아이앤씨도 무려 6.8% 떨어졌다. 스타벅스 등 계열사 제품 불매운동 열풍도 거세다.
11일에는 주가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말 대비 7%가량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있다. 기관들은 여전히 신세계 불매 운동 등 후폭풍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두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상장이 코앞까지 다가온 쓱닷컴 역시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몇 개월이 채 남지 않은 공모 과정에서 무엇보다 평판 리스크 검증이 중요한 데다 쓱닷컴은 소비자들의 선택과 직결된 신선식품 위주의 새벽배송 회사다. 쓱닷컴은 3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해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당장 불매운동이 벌어진다고 하면 매출 감소는 물론 공모 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비재 기업들은 대표적인 B2C(기업대소비자) 업종으로 평판 리스크에 늘상 노출되어 있다. 오너의 이미지가 당장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불가리스 사태’에 한앤컴퍼니와 매각을 두고 설전을 벌인 데 따라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감당해야 했다.
결과적으론 그룹 이미지에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오뚜기 그룹 회장의 딸 함연지씨 역시 유튜브 방송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그룹 차원에서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오너가의 인플루언서 활동은 ‘잘 되면 평타, 못 되면 쪽박’이라는 정설이 만연해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더욱이 쓱닷컴은 신선식품 이커머스 업계에 ‘절대 강자’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신선식품 및 새벽배송 카테고리에서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 세 회사 모두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쓱배송은 신세계라는 대기업 그룹의 각종 물류 및 배송 인프라를 등에 업고 가장 덩치가 큰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큐레이션과 마케팅을 앞세운 마켓컬리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오아시스마켓 등도 야금야금 입소문을 타고 쓱닷컴을 위협하고 있다. 이커머스 점유율 뿐 아니라 상장 과정을 감안하면 이미지 실추는 가장 피해야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식품 이커머스 시장은 쓱닷컴과 마켓컬리, 쿠팡 등이 1등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독보적인 1등 회사가 탄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쓱닷컴은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개별 플랫폼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를 높여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쓱닷컴은 이전부터도 상장 과정에서 녹록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야 ‘돌발 변수’로 논외로 치더라도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FI) 및 주주 구성으로 인한 의사결정 갈등, 물적 분할 이슈 등 대내외적 요소가 많았던 탓이다.
쓱닷컴으로서는 더 이상의 리스크가 생기기 전에 속전속결로 상장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다만 정 부회장이 나서서 ‘멸공 발언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수습에 나선 만큼 일시적 해프닝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선 오히려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마트만 간다’, ‘멸공 표현도 안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해당 이슈는) 쓱닷컴보다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슈로 번지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여론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