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기조에 실적 기대감도 ‘쑥’
중대재해처벌법, 층간소음 규제 시행
금리 상승에 정규직 전환 비용 부담도 늘어
혼란한 사업 환경 속 M&A, IPO도 증가
2022년 건설회사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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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선을 앞둔 시점, 주요 후보들의 공약은 역시 부동산 정책에 집중됐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은 공통된 의제로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목도는 예년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 물량의 확대는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ESG의 측면에서 강화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는 건설사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물론 존재한다. 국내 건설사들은 전통적인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벗어나고자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M&A, 기업공개(IPO) 등 자본시장을 활용한 거래들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2022년 한 해 건설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국내 대형 상장건설회사들의 주가는 전형적인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을 띄었다. 건설업 지수는 지난해 상반기에 30% 넘게 상승했으나 하반기 들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지역 분양 일정이 다소 지연된 점,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정비 사업의 일정들이 미뤄지면서 전반적인 건설사 실적이 투자자들의 예상치를 밑도는 사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들어선 투자심리가 다소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기저효과로 인한 실적 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의 공약도 5년 내 전국 250만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정책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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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건설사들의 사업환경은 사실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건설업계의 첫번째 화두는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다.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시행되면서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 건설사까지 어느곳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일부 대형사들은 안전관리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 안전책임자(CSO)의 직급을 격상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중소·중견 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국내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올해 국내 모든 건설사를 통틀어 제1 화두는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이다”며 “실적과 수익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은 법 적용의 첫번째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층간소음 문제로 사회적 문제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서 오는 7월부터 건설되는 공동주택에 대해선 완충재 소음차단 성능을 평가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적용된다. 당장 건설사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권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엔 지자체의 ‘개선 권고’를 받게 된다. 정부가 규제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중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2022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주택·난방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설업이 포함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크다는 것에 착안한 조치로 국내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까지 제재 영역이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호황기를 맞아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는 있지만 이는 향후 비용적인 부담을 완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주 52시간 제도의 도입과 현장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은 사업 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요인이 된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개발·정비 사업 과정에서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정비사업 수주를 급격히 늘리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역시 수익성 확보가 과제다. 일단 수주한 정비 사업 내에서도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국내 대형 건설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엔 조합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고 요구 수준 또한 과도해 진 것이 사실이다”며 “공급 확대만을 두고 보면 분명한 호기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정비 사업 수주와 건설회사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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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턴 대형 건설사의 증시 입성이 예고돼 있다. 다음달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그룹의 SK에코플랜트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기업공개(IPO)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시한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시가총액 1위 건설회사이자 모회사인 현대건설을 뛰어넘게 된다. 국내 증시에서 고착화한 건설회사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지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두 회사의 정체성 확립과 중복 사업을 어떻게 정리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게 됐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품은 중흥건설이 대우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도 투자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GS건설은 LG그룹의 건설계열회사인 S&I건설을 인수하며 건축과 플랜트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PEF)를 새주인으로 맞은 두산건설 또한 과거 두산의 애물단지 이미지를 벗고 주요 건설사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