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급성장하며 대체자산으로 고려해볼만
다만 내재가치 있는지 의문이고 변동성 높아 위험
같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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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해부터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가상자산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기준으로 한 투자상품이 나오는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자산시장에서 고려해야 할 '대세'가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상자산은 사용처도 뚜렷하지 않고 위험을 헷지(손실 방지)할 수단도 마땅치 않아 증권사에서 권하기엔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앞다퉈 가상자산 관련 리서치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4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가상자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3일엔 유진투자증권에서 '가상자산군 편입 및 운용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외에도 지난연말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도 리서치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을 다뤘다.
가상자산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관련 기관투자자들도 투자를 늘리면서 증권가에서도 외면하지 못하고 앞다퉈 시장분석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기준 가상자산 시총규모는 약 2600조원 수준으로 2020년 이후 1800%가량 증가했다.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은 지난 8월 기준 증시 고객예탁금 수준인 약 60조원 규모로 1년 새 13배 상승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도권안으로 들어가게 됐다"라며 "연기금들도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대표적으로 500조를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은 채굴업체 라이엇에 투자를 확대했다"라고 분석했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라며 "잠시 자산에 대한 기본적 분석을 제쳐두고, 과거 가격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바라본다면 가상자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두고 적정한지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가상자산의 변동성의 크고 뚜렷한 내재가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를 권하기엔 위험성이 크다는 목소리다.
화폐로서 기능하지 못하다보니 내재가치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기반한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기조도 일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에 같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가상자산 보고서를 내는 것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파악된다.
한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뚜렷한 사용차가 없기 때문에 가치에 대한 의문이 늘 뒤따르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솔직히 가상자산을 분석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의 경우 리스크를 헷지할 수단이 적당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주식의 경우 매수·매도 포지션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롱포지션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증권사 입장에서 고객에게 추천하기엔 리스크 관리가 안되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가장 변동성이 큰 투자 자산 중 하나가 유가인데 시장변동성지수(VIX)가 10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데 코인의 일간·월간 평균 변동성을 따져보면 추종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그런 자산을 고객한테 추천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가상자산이 금을 대체할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자산배분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가상자산 전문가로 유진투자증권의 김열매 연구원을 영입했다.
증권사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주식, 금, 달러 등의 지위와 비교하기는 어렵더라도 비트코인이 금과 같이 움직이는 만큼 자산배분 차원에서 고려해볼만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