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계정만 가능...은행∙보험 계정 자금 이탈 우려↑
“연금저축 통한 자금 유입으로 올해 리츠시장 더욱 확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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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앞으로 연금저축펀드로도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퇴직연금과 다르게 연금저축에서는 리츠 투자가 불가능했다. 형평성과 리츠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은 연금저축펀드를 통한 리츠 투자 문을 열어둔 것이다.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를 통해서만 리츠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연금저축펀드를 통한 공모 상장리츠 투자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금까지는 연금저축펀드와 같은 개인연금에서 투자가 불가능했다. 2018년 금융당국이 연금저축상품에서 신탁을 제외하면서 투자대상을 펀드와 보험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공모 리츠는 개별 상장주식과 같은 지분증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투자할 수 없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서만 리츠에 투자할 수 있었다.
연금저축 계좌의 리츠투자 허용으로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 리츠 투자가 가능한 계정을 증권사 연금저축펀드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은행∙보험업계는 또 다시 퇴직연금 잔고가 줄어들 수 있는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퇴직연금 투자열풍에 은행과 보험사의 퇴직연금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은행∙보험계정에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증권사에서는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은행∙보험 퇴직연금 계정에서도 ETF 투자가 가능해졌지만, 실시간 매매가 어렵고 신탁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 증권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단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이 연금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리츠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ETF처럼 투자자들이 리츠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 계정으로 자금을 옮기는 수요가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일단 투자자의 이동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얼떨떨한 모습이다. 연금시장의 리츠투자 수요가 아직은 높진 않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금 투자자들 대다수가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격적 투자 성향을 갖고 있어 리츠 투자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시중금리보다는 높되, 안전하게 투자하려는 연금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추가된 것은 반길 일”라고 말했다.
리츠업계는 연금저축펀드의 리츠 투자 허용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리츠투자를 허용했던 DC형이나 IRP 퇴직연금에서는 연금자산의 30%만 리츠 투자가 가능했지만, 연금저축 계좌에서는 최대 100%까지 리츠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70%로 제한했는데, 개인연금은 전액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공모리츠를 소득세법상 집합투자증권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160조원 규모의 연금저축펀드에서 상장 리츠가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국내 리츠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