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매도' 의견 26%, 계획 없는 투자자도 37%
상장 당일 기관들 개인 물량 받아낼까…"주가 추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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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 ES)의 기업공개(IPO) 공모 청약이 110조원이 넘는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다. 역대 최고액이다. 'SK IET 때 장롱의 쌈짓돈을 꺼내왔다면, LG ES 땐 앞마당에 묻어둔 금괴까지 팔아서 싸들고왔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 나돌 정도다. LG ES 공모 청약을 받은 주요 증권사 객장은 LG ES 공모청약을 신청하려는 개인투자자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상장 이후 코스피 200 지수에 조기편입될 전망인 만큼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상장 직후에도 개인들이 매도할 LG ES 주식을 담아야 한다. 상당수 지분이 보호예수로 묶인만큼, 상장일 이후 바로 유동화가 가능한 개인 배정 물량의 매도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객장에서 만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언제쯤 매도할 계획인가'란 질문을 던졌더니, 답변은 천차만별이었다. 운용업계 일각에선 상장 당일 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기관들이 개인들의 물량을 굳이 받지 않을 생각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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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발 들고 증권사 객장 찾아온 개미들
LG ES 청약에 참여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로 북적이는 증권사 객장을 직접 찾았다. 증권사 직원들의 인삿말은 예외없이 "LG ES 청약하러 오셨나요"였다.
청약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에겐 직원이 한 명씩 붙었다. 증권사 계좌 개설부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청약 방법을 안내했다. LG ES 상장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모든 책상에 'ARS로 청약하는 법'을 써붙여 효율을 더했다. 방문 고객들은 안경을 고쳐쓰거나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청약 절차를 밟았다. 어떤 이는 "너무 어렵다"라고 토로하며 객장을 떴다.
'큰 손 개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공모 청약 이튿날인 19일 한 모녀는 여의도 내 한 증권사 객장를 찾았다. "얼마 넣으면 된댔지?", "엄마는 70주. 나는 150주 신청하면 돼." 객장으로 급히 들어선 이들은 5만원권 뭉치를 끼워넣은 통장을 꺼내들곤 증거금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당일 오후, 여의도에 위치한 또다른 증권사 객장에선 '40억원'을 납입하겠다는 투자자가 방문했고 그의 발언에 고요하던 객장 내 침묵이 깨졌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청약 열풍을 두고, IPO가 '단기투자' 수단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식투자는 해봤지만 공모주 청약은 처음한다는 이들에게 '투자 동기'를 묻자 "주변에서 추천해줬다", "넣으면 소소하게 수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넣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고 청약 다짐을 하게 됐다는 투자자들도 다수였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져갈 물량은 LG에너지솔루션 전체 공모물량 중 4.68%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 공모물량의 4.54%가량이 개인투자자의 일반공모에 할당됐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 대상 우리사주 청약에서 총 850만주 중 34만5482주의 실권이 발생, 개인투자자 일반 공모에 추가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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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팔건가요?…"당일매도" 26% vs "장기투자" 37%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200 지수 편입이 확실시되는 만큼 편입 비중 만큼 LG ES 주식을 채워넣야아할 부담이 있는 일부 기관들은 상장 이후 해당 개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낼 필요성이 있다.
객장을 찾은 개인투자자 46명을 대상으로 대면 인터뷰를 통해 배정받은 주식을 언제쯤 매도할 것인지 물었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6%(12명)가 '당일' 매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었다. 일주일 이내 주가 추이를 살핀 후 매도할 예정이라고 밝힌 비중은 10.8%(5명)에 그쳤다.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지난 2년간 일종의 IPO 대어(大魚)로 꼽히던 종목들의 주가 부진도 이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50대의 한 개인투자자는 "크래프톤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상장 이후에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시장이 기대한 만큼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라며 "공모주는 단기간 보유하고 큰 수익을 바라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든 배경이다"라고 말했다.
장기투자를 고민하는 개인투자자 비중은 37%(17명) 정도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펀더멘탈이 공고한 만큼 기업가치가 100조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부는 자녀의 계좌를 신규 개설, 해당 계좌로 공모청약한 주식은 장기보유할 것이라는 전략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도시점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한 투자자도 있었다. 주로 온라인이나 모바일 이용이 불편한 비교적 고령의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에서 상장하는 27일 당일 객장을 방문하면 매도를 도와주겠다고 안내했다. 당일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 인수단 소속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언제 매도할 예정인지 적어내도록 설문지를 구성하기도 했다. 원한다면 상장 당일 매도를 도와주겠다는 안내도 있었다.
개인 매도물량, 기관이 받을까…"주가 급등하면 BM 안 채울 수도"
투자업계는 개인의 매도세보단 '기관들이 개인들의 매도물량을 받아낼 것인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단 증권사 PB(Private Bank) 창구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신청하는 '큰 손'의 매도 의향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더해 '균등배분'이라는 청약 방식이 새로이 도입되면서 파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청약에 나서는 전국민 절반의 의사를 묻기는 어렵다"라며 "개인의 매도 의지는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 '판다'라고 가정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보단, 기관들이 상장 당일 개인들의 물량을 무조건 받아낼지 여부에 관심이 많다. 특히 코스피 200 지수를 벤치마크(BM)로 삼고, 이를 80% 가량 추종하는 펀드들이 개인의 물량을 받아낼지 여부에 대해서다.
불가피한 경우, '언더웨잇(Underweight)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해당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상장 당일 추가 추이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록하게 되면 시가총액은 최소 140조원을 기록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길 경우 BM은 5%까지 오른다.
상장 이후 시중에 풀릴 유통 물량이 적은 편인 탓에, 상장 당일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폭락하는 '오버슈팅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짙다. 일부 기관에선 비중을 맞추기 위해 상장 당일 물량을 비싸게 받아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