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차별화 전략에도 중국 사업 부진하니 동반 하락
아모레, 로드숍 위주 전략에 충격 더 커
LG생건, '차석용 매직' 15년만에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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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작년에 지속된 주가 하락세가 연초에도 이어지면서 목표 주가를 낮춘 보고서들도 쏟아지고 있다. 양사 모두 중국 화장품 사업이 무너진 이후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모레 주가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우하향 곡선을 기록, 올초 주당 15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5월, 2019년 이후 최고가인 30만원을 기록하던 주가가 지금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LG생건은 최근 주가가 100만원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는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7월에 신고가(178만4000원)와 비교하면 엄청난 하향세다.
양사 모두 원인은 중국내 한국 화장품 수요 급감이다. 아모레와 LG생건의 해외 화장품 매출 중 중국 사업 비중이 각각 50%, 70%에 달하는데 여기서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은 크게 럭셔리 브랜드와 매스(대중) 브랜드로 나뉘는데, 럭셔리 브랜드는 북미·유럽이, 대중 브랜드는 중국 로컬 화장품이 우위를 점했다. 특히 중국에 불어닥친 애국소비 '궈차오' 열풍에 현지로컬 화장품 브랜드가 뜨며 국내 중저가 브랜드의 인기가 더 떨어졌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내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한 곳도 없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 6위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로레알·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LG생건의 '후'는 14위, 아모레의 '이니스프리'는 17위로 모두 10위권 밖이다.
2016~2018년 5% 수준을 차지하던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내 점유율도 2019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모레의 경우, 오프라인 시장을 확대하고 중저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웠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요 자회사인 로드숍 브랜드들은 코로나19 직격탄에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고 적자를 냈다.
특히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중저가 브랜드를 앞세웠던터라 중국 로컬브랜드의 부상의 타격이 더 컸다. 아모레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8년 5.5%에서 작년 3.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모레는 작년 3분기에 매출이 1조1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03억원으로 15.3%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아모레 목표주가를 하나씩 낮추기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이 20만원에서 17만원으로, 베스트투자증권은 23만원에서 17만원으로, IBK투자증권은 기존 23만원에서 21만원으로 수정했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국내는 주요 오프라인·면세점 안정화, 디지털 성장세가 이뤄졌지만, 해외는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 폐점, 중국 라이브커머스 채널 다변화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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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의 경우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출 4조581억원, 영업이익 706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3%, 10.9%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갈아치웠다. 그러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2조103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중 화장품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1조266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 하락을 이끌었다. 다만, 고급 화장품 등 비중 확대로 영업이익은 4.5% 늘어난 3423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매출과 더불어 영업이익마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한 2조678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 하락한 246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화장품 부문의 경우 전분기보다 면세 매출이 하락한다고 바라봤다.
이에 LG생건 목표주가 역시 하향조정되기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은 1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유안타증권은 145만원에서 127만원으로, IBK투자증권은 17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내렸다.
메리츠증권 하누리 연구원은 "면세는 중국 규제 강화로 다이공(보따리상) 영업이 위축되고, 코로나 장기화가 관광객 매출 반등 시점을 지연한다"고 말했다.
그간 LG생건은 그동안 사업 다각화와 신시장 진출 과정에서 M&A를 활용하며 성장해왔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의 지속가능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LG생건은 지난 2005년 차석용 부회장의 최고경영자 부임이후 지금까지 30여 건의 M&A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은 이런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글로벌 유동성 등의 이유로 시장 가치(마켓 밸류)가 올라가며 M&A 대상 기업의 가격이 함께 높아지면서 가격을 수용하기 어려울 상황이 됐다.
일련의 M&A가 화장품 사업 부문의 매출을 높이는데는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LG생건 화장품 사업 부문의 매출 대부분은 '후'를 비롯한 자체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으며, M&A로 인한 실적 기여는 크지 않다는 평이다.
일례로 작년 2월 유럽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할 당시, 당장 이익 나기 힘들며 성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평가를 받았다. 피지오겔의 연간 기대 매출액은 약 700억원으로 LG생건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 4조5000억원에 비해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LG생건은 '더페이스샵'·'긴자 스테파니'·'에버라이프'·'CNP(차액박화장품)' 등을 인수했으나 M&A 성공사례로는 CNP 정도만 꼽힌다. 2014년 인수 이후 CNP는 연매출 1000억원을 넘는 핵심 브랜드로 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생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적극적인 M&A로 회사를 키워온 데 있는데 최근 M&A 대상 기업의 가격이 높아지자 건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면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쉬운 글로벌 화장품 업체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