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으로 볼 건지가 최대 쟁점…해외처럼 기존법 활용한 접근 예상
"음지산업의 제도권화는 이점" vs "규제위주 접근으로 시장확대 막아"
부동산 투자 활용될 STO는 특히 법적보완 요구…"대형 금융사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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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코인 투자자들을 타깃한 표심 정책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각 진영 대선주자들이 동일한 목소리를 낸 만큼 가상자산 법제화는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시행될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법조계도 제도권화는 곧 수순일 거라 내다보고 준비 태세에 나섰다. 주요 관계자들에 입법 예고 내용·쟁점 화두·향후 전망 등을 물었다.
이재명·윤석열 정책,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나
두 대선주자는 가상자산 법제화에 이어 비과세 한도 상향에서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현행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 기본공제 한도가 250만원이지만 주식투자소득처럼 5000만원까지 한도를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 소득도 주식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되는 것이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다만 법조계에선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간주'할 순 있어도 이를 법상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본다. 공제에 있어 차별은 두지 않겠지만, 과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메시지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상자산은 현재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상품으로 정의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또한 두 후보 모두 추진 의사를 밝힌 공약이나, 방법에 있어선 일부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적극 검토"를, 윤 후보는 "거래소 발행(IEO·Initial Exchange Offering)부터 단계 도입해 신규 코인의 검증 신뢰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여기에 증권형 토큰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을 허용해 국민에 대규모 부동산 개발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대체불가토큰(NFT) 활성화 및 불공정거래 수익 환수, 해킹 등에 대비한 보험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공공복리에 부합하는 가상자산 시장조성'을, 윤 후보는 '시장주의적 관점의 투자자 수익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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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핵심, '증권'으로 인정할 것인가
가상자산은 현행 특금법에서 소극적 개념으로 정의된다. 비트코인은 관련 하급심판결에서 재산상이익으론 인정됐으나 가상자산 전반의 민법·상법·일반적 법리상의 정확한 법적 성격은 규정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개별법상 자금세탁 방지라는 규제 관점에서만 접근되고 있다.
법조계는 입을 모아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볼 건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권 인정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상위·하위법령 제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형로펌 IT·증권 담당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증권 요건에 해당하는지 따져보려면 투자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가상자산이 어떤 성격과 형태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증권 혹은 유틸리티 토큰 등으로 분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NFT와 ICO 등 회색영역 자산의 정의 및 취급은 각 정권의 역량보단 해외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별도의 법제화 추진보다는 기존법을 활용한 접근이 용이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가장 논의가 활발한 미국에선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 또는 상품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규율을 적용한다. 증권의 정의를 충족하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 감독 규정을, 교환 매체로 기능하면 법정화폐와 유사한 규제대상으로 취급한다. 싱가포르 또한 증권에 해당하는 자산은 증권선물법을, 화폐에 해당하는 자산은 지급결제수단으로 간주해 지불서비스법(PSA)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초기 미국·스위스·일본 사례에 중점을 뒀으나 최근엔 싱가포르 제도 집중검토에 들어간 걸로 파악된다.
가상자산을 애초에 금융자산으로 보긴 어렵다는 답변도 있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이 가치저장 기능으로 자산의 성격은 띠나 주식·채권처럼 금융중개 기능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상자산 법제화, 법조계는 반길까?
업계는 음지에 있던 산업을 양지로 끌어들여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점은 이점이라 보고 있다. 모 기업의 법무 부사장은 "미국 증권법이 1930년대 주식거래 관련 사기가 판을 치며 태동했고, 국내 온라인투자금융연계법이 P2P금융 연체 사고에 따른 규제 차원에서 생긴 것처럼 가상자산 또한 제도권 논의가 시작된 건 일부 다행"이란 시각이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마냥 좋은 결과만 있을 순 없다는 우려도 있다. 자금모집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소위 '먹튀'를 하는 악용 사례도 다수 예상된다. 동시에 자금모집 실패로 발행자가 형사고소 등 법적책임을 지게 될 소지도 있을 수 있다. 위험 부담을 감안하고 고수익을 노려왔던 투자자 입장에서 제도권화로 다양한 투자기회가 차단되는 단점 또한 지목됐다. ICO의 경우 지금까지는 발행보다 유통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추후 발행 허용이 공식화되면 발행인에 대한 진입규제로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가상자산 정책은 '시장 활성화'보단 '규제' 위주로 접근되고 있다. 비슷하게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거절한 배경에도 국제적 정합성에 맞는 감독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진 가상자산 확대를 막겠다는 전략적 측면이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유틸리티 코인과 비교해 증권만큼은 다른 자산보다 까다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블록체인의 이점은 중개기관이 없어 거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데 있는 반면 규제기관이 요구되는 증권은 성격이 달라 대입이 어렵다는 맥락에서다. 이에 절차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혁신은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 활용될 STO와 관련해 법적 보완 장치가 다수 요구됐다. 적은 지분으로 투자자들이 투자대상을 다변화할 수 있는 점은 이점이지만 등기 없는 토큰화로 소유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부동산을 NFT화하는 데 따른 소유권 간 충돌 및 분쟁, 미검증 부실자산에 대한 투기 악용 등의 부작용이 거론됐다. "자칫하면 금융사고가 크게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수 제기된 지점이었다.
감독 주무부처가 되는 금융위원회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지 않게끔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사이버범죄 전문검사 출신 구태언 린 변호사는 "다양한 속성으로 발전 중인 자산을 금융위가 틀어쥐면 발전이 어렵다. 돈세탁방지 차원에서 사업자신고제도를 둔 취지는 이해하나 여기에만 방점을 두면 금융위 독점법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열린 규제의 감독적 기능에만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의 성질에 따라 각 주무관청이 소비자보호를 하는 측면에서 현행법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두 대선주자의 공약이 2030 젊은 코인러의 표심을 타깃으로 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선심성 공약으로 남발되는 상황은 우려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특금법이 들어올 때만 해도 장기적으론 소위 업권에 관한 법률 규제가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다들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캠페인 과정은 MZ세대의 희망을 반영한 선심성 공약 측면이 커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