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마지막 투자 기회…KKR 등 글로벌 PEF 눈독
2월 둘째주 예비입찰 후 거래 구조·시기 구체화 예상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 예비입찰이 다음달 치러진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투자처인 만큼 투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 프리 IPO 주관사는 다음달 둘째 주쯤 잠재 투자자들로부터 예비입찰 서류를 접수할 계획이다. 거래 구조나 이후 절차는 아직 유동적인데 투자자들의 제안과 협상 내용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SK온의 기업가치는 30조~40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며,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3조~4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SK그룹은 칼라일그룹, KKR, 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을 우선 순위에 놓고 SK온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향후 10년간 30%씩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될 만큼 유망한 영역이라 프리 IPO도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을 대거 빨아들이며 시장의 유동성 왜곡을 불러오기도 했다.
SK온은 글로벌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펴고 있다. 작년말 40기가와트시(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려 글로벌 탑3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식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유지하고, SK온도 그와 유사한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대로는 지금이 낮은 가치에 투자할 기회다.
글로벌 PEF 입장에선 SK온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배터리 투자처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글로벌 1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은 각각 투자 유치 없이 상장으로 직행하거나 이미 상장했다. 미중 관계를 감안하면 중국 업체에 투자할 상황도 아니다. 삼성SDI와 파나소닉 등은 경쟁사 대비 생산능력 확장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지 않고 있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많지 않다. SK온을 놓치면 다음 투자 기회는 없다는 것이다.
-
SK온은 공격적인 목표만큼 자금 소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에선 통상 10GWh 당 1조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말 외신과 인터뷰에서 ‘여전히 자금을 잃고 있으며 배터리 사업 투자 규모가 어마어마해 두려울 때도 있다’고 언급했다. SK온이 적극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것 역시 직접 투자비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온의 확장 속도에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있다.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처럼 증시로 직행하면 당장 손에 쥘 자금이 늘어난다. 다만 아직 생산 설비가 부족하고 본격적인 수익 구간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하면 기업가치 산정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회사는 작년 중장기 전략 계획에서 내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조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달성 추이를 살펴가며 상장하는 편이 유리하다. 당장의 성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프리 IPO의 성과가 중요한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단기간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는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요소”라면서도 “글로벌 수위권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거나 설비 경쟁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SK온이 사실상 마지막 배터리 투자 기회고 글로벌 PEF들이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K온이 이번에 유치할 자금은 상당 부분 미국 내 설비 확충에 쓰일 전망이다. 이에 미국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글로벌 PEF들이 우선 사업 파트너로 거론돼 왔다. 다만 국내 대형 PEF 입장에서도 대규모 배터리 투자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기 때문에 SK그룹과 접촉하며 투자 물량을 받아올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처음부터 글로벌 PEF를 염두에 두고 SK온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사만 끼고 거래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내 PEF들도 SK그룹이 구색 맞추기로 일부 물량을 나눠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