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개인 매도 강세 영향…기관은 지수편입 '매수세’
따상 실패에도 SK하이닉스 제치고 코스피 2위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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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에 등극했지만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한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외국인과 개인의 거센 매도 물량을 기관과 연기금이 순매수하고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부족했다.
27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시초가 59만7000원에서 15.41% 하락한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가 하락하며 장중 한때는 45만원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49만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오후 들어 54만원대까지 반등했지만 회복분을 상당부분 반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은 외국인의 매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장이 열리자마자 30분만에 약 57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약 287만주, 약 1조4967억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 기관투자자 물량 가운데 의무보유확약 물량비율이 27%대에 그친만큼, 단기 차익을 노린 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도 이에 동참했다. 이날 개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281만주, 1조4709억원이다. 공모가에서 주당 20만원의 차익실현을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들은 외국인과 개인이 던진 물량을 모두 받아냈다. 이날 기관들이 순매수한 규모는 약 3조원이다. 28일 코스피 지수 편입에 앞서, 패시브 펀드에 담을 물량을 미리 담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약 118조원으로 SK하이닉스(약 82조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2위에 올라섰다. 상장 첫날 시총 2위에 올라선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LG그룹은 그룹 시가총액도 120조원에서 230조원으로 늘어나 SK그룹을 제치고 삼성그룹에 이어 2위에 등극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월 15일 MSCI 지수, 3월 11일 코스피200 지수에 신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ETF 관련 5272억원 수급 유입이 예상되고 올해 3월 중순 FTSE 지수 편입으로 1조원 수준의 수급이 유입되는 등 총 10조원 이상의 패시브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며 “상장 후 약 한 달이 지난 2월 말에는 기존 수급발 야생의 모습에서 펀더멘털에 따른 주가로 자리잡을 것 "고 말했다.
증권가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적정 주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상장 전 유안타증권이 39만원으로 최저치를 제시한 가운데 43만원(NH투자증권·SK증권), 52만원(유진투자증권), 60만원(한국투자증권), 61만원(메리츠증권)을 제시하는 등 목표치가 각각 달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장 초기 주가는 오버슈팅이 예상되지만, 주가가 51만원(시가총액 120조원)을 넘어서면 세계 1위 CATL보다 비싸지게 된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3월 10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 기간까지 인덱스 및 배터리ETF 편입에 따른 매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힌편, 이날 코스피는 13개월 만에 2700선을 붕괴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 하락한 2614.49에 마감했다. 2700선이 무너진 것은 2020년 12월 3일(2672.85) 이후 처음이다.
지난 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발언에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편입을 위한 수급 왜곡 현상, 연휴에 앞선 관망심리까지 더해진 점도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리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