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오스템 편입 비중 1%도 안 돼, 영향 미미”
환매 늘수록 오스템 비중 늘어…”정상 펀드 부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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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금액(2215억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를 보유한 펀드의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운용업계에서는 펀드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당 펀드들이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중단 조치로 환매가 이어지면 역설적으로 펀드 내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태 이후 이 종목을 편입한 일부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 정보 분석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판매사들의 펀드 판매 중단이 이어진 7일부터 전날(25일)까지 해당 종목을 보유한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규모는 약 635억원에 달했다.
자금 유출이 가장 많이 발생한 A 운용사의 펀드에서만 114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유출된 B 운용사 펀드도 약 100억원이 빠져나갔다.
과민 반응이라는 지적이다. A 운용사 펀드에서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은 3.86%에 불과했다. B 운용사의 펀드에선 비중이 고작 0.16%밖에 되지 않는다. 주식 수로 따지면 5주에 불과하다.
앞서 은행, 증권사 등 대다수의 판매사들은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펀드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펀드 판매를 중단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심사가 진행되는 등 오스템임플란트의 전개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 변동이 예상된다”며 “변동성 확대를 막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운용업계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투자자 보호라는 의도는 좋지만 횡령사건이나 거래중지로 펀드 판매 중단까지 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펀드 판매 중단으로 펀드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환매가늘수록 다른 편입종목을 팔아 환매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늘 수 있어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거래정지가 된 대다수 펀드들이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비중이 1%도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며 “오히려 판매 중단으로 자금 유입은 없고 환매만 이어진다면 기존 펀드 고객에게 손실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을 운용하는 펀드인데, 10억원(비중 1%) 정도 오스템을 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펀드에 200억원의 환매가 들어올 경우,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가 정지돼서 매도할 수 없다. 운용사는 다른 종목에서 기계적으로 200억을 매도해 환매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결과, 총 운용자금은 10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줄었지만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은 10억원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결국, 오스템 임플란트의 펀드 비중은 1%에서 1.25%로 늘어나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를 늦게 환매할 수록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라며 “오스템임플란트를 보유한 ETF의 편입 비중을 보면 조금씩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이 가장 높은 TIGER 의료기기 ETF의 경우, 판매중단 러시가 이어진 7일 보유비중이 7.28%였는데, 25일 기준 보유비중이 7.94%로 늘어났다.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공모펀드들도 비슷한 여파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선환매가 이뤄지면 손실이 남아있는 펀드 고객에게 손실이 계속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라임 사태 때문에 판매사들이 일단 막고 보자는 식으로 나온 것 같은데,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펀드를 부실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