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스 관계 기업 분류, 이재용 경영권 승계 직접 영향
조력자(?)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하며, 관계 기업 증명했으나
결국 삼성바이오 100% 자회사로 편입
바이오젠 조 단위 차익,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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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2011년부터 이어진 삼성그룹과 미국계 제약회사 바이오젠(Biogen)과 합작 관계가 청산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의 단초가 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결국 돌고 돌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총 23억달러(약 2조7700억원)에 인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지분 매입 요청에 따른 인수”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 법인으로 설립됐다. 사실 신약개발 회사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바이오에피스가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이 재조명 받으면서부터다. 현재도 이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재판은 2015년 구(舊)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엔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삼성물산보다 높게 산정됐다. 재판의 쟁점도 당시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핵심이 삼성바이오에피스다.
합작법인 설립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지배해왔다. 바이오에피스는 사실상 지배력이 있던 바이오로직스의 종속기업(Subsidiary)이었으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전후로 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Affiliate)으로 분류됐다. 이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 옵션(Call-option), 즉 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까지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지도 모르니 관계회사로 보겠다"라는 논리다.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가 한 몸체(종속기업)일 때는 연결재무제표를, 투자기업(관계기업)일 경우는 개별재무제표를 적용한다. 바이오에피스가 당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 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다만 ‘관계기업’으로 분류 그리고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간주해 ‘공정가치’를 매기고,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을 활용함으로써 바이오에피스는 기업가치 5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과 11월, 임원 해임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여전히 법적 공방이 진행중이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2018년 6월 바이오로직스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했다. 직전 지분율인 50%-1주까지 확보했는데 당시 약 45%에 대한 장부가액은 약 2조2587억원이었다. 다만 양사의 합작 계약서에 따라 실제로 거래한 금액은 총 7468억원 수준이었다.
양측의 합작 관계는 2020년 미묘한 균열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이오젠은 2020년 말 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2012년 맺은 합작계약 일부 조항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다만 바이오젠 측이 바이오로직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진 않았다. 이 시점을 전후로 바이오젠이 삼성 측에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바이오에피스는 결국 바이오로직스 품으로 돌아왔다. 아직 법적으로 논란이 진행중인 사안이지만 일단 바이오에피스의 활용법을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에 성공했고, 바이오로직스 또한 2016년 기업공개(IPO)를 마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거래 규모는 총 23억달러(약 2조7700억원)로 바이오젠은 지분 매각을 통해 조(兆) 단위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로직스는 대금 지급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 1조2000억원가량(10억 달러)을 1차 대금으로 지급한다. 추후 언 아웃(Earn-out) 방식으로 지급할 5000만달러(약 600억원)을 제외한 금액은 2년간 분할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조 단위 M&A 거래에서 ‘분할 납부’와 같은 방식은 흔히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경영권 매각에서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을 우선 인수하고, 20%는 이베이가 보유하는 구조를 짰다. 추후 자금소요를 고려한 전략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이 거래금액의 절반만을 수령한 상황에서 지분 전량을 삼성 측에 넘긴 것을 비쳐보면 이번 거래가 삼성그룹 측에 상당히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번 지분매각은 단순한 합작관계 종료라는 의미와 더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있다는 측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당장의 현안은 아니지만 추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즉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동시에 지분을 보유한 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보험업법의 개정으로 촉발할 이슈였으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바이오로직스의 주주 구성이 다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그룹의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의 추가 인수를 비롯한 지배구조개편, 사업 확장 측면에서 현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룹 내 가용 현금의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기업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여기에 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추후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기 때문에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바이오로직스 지분 활용 선택지가 한층 넓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