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부회장, 하언태 사장 등 노무 핵심 빠진 첫 교섭
부회장에서 부사장급으로 하향 조정된 노무 담당
인력 재배치 불가피한 현대차그룹
수년 간 노조 마찰 예견에도, 노무에 ‘전력’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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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대 매출, 로봇·모빌리티를 비롯한 신사업 확장 등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다. 내연기관 차량의 종말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생산 인력의 재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노동조합(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등)은 지난해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지도부를 선출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에선 가장 오랜기간 노조와 회사 사이에 가교역할을 했던 윤여철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고, 노조와 교섭에서 중추 역할을 맡던 하언태 사장(울산공장장)도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윤 부회장의 역할을 정상빈 부사장에게 맡겼으나 윤 부회장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지는만큼 노무 부문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3년의 교섭에서 무파업 타결을 이끌었던 윤 부회장과 하 사장의 퇴진한 상황에서 두 강성 노조를 상대해야하는 현대차의 부담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에 먼저 도입하게 되는 ‘노동 이사제’ 등이 현대차, 기아 노조를 중심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 지도부의 주요공약은 ▲미래차 전환 과정서 고용대책 마련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완전 월급제 시행 ▲노동이사제 도입, 기아차 지도부는 ▲소하리 친환경차 전용공장 완성 ▲완전 월급제 시행 ▲자동차 온라인 판매 금지 등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새 지도부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회사측과 공동교섭에 나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교섭은 회사측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인력 재배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연기관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이고, 그룹의 주축이 완성차를 비롯해 모빌리티·플랫폼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인력에 대한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인력 감축을 통한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현대차, 그리고 노조원의 이탈을 막고 복리후생을 극대화를 추구하는 노조와의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차그룹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기까지 향후 수년간 노조와의 갈등이 일정부분 예상되는 시점에서 노무 부문에 힘을 빼는 모습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정상빈 부사장은 윤 부회장과 하 사장과 지난 4~5년간 노무 관리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정책개발팀, 정책기획팀 등 상무급 인사 2명이 실무를 담당하는 노무관리 조직에서, 이를 총괄하는 정책개발실을 만들어 노무 조직을 관리하도록했다. 당시 정책개발실장에 선임된 인사가 정책개발팀장을 맡던 정상빈 부사장(당시 전무)이다.
정 부사장이 노무 조직에 실무를 담당해 왔으나 역시 공식적인 활동이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과거 인사들과 비교해서는 아직 레코드가 적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이 상당히 좋은 시점에서 노조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서 다소 험난한 교섭이 예상된다”며 “과거 노무 핵심 인사가 빠진 첫 교섭이기 때문에 이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정 부사장의 첫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견되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노무 담당의 직급을 승격하는 등과 같은 조치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내 노사 갈등은 상수가 된만큼 이보다 더 중요한 현안에 집중하겠단 전략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와의 문제는 물론 현대차그룹에 가장 중요한 현안이긴 하지만, 앞으로 생산인력이 순증하기보단 자연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낼 것이기 때문에 ‘노무’ 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조직에 힘을 싣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