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우려 의식한 듯…방 의장 4년 만의 공식 석상
"경쟁사인 NC소프트, 구체적 계획 내놓아야 실망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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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흥행에 실패한 넷마블이 ‘만반의 준비를 한’ 미래사업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살아났다는 평이다. 실제 성과는 지켜봐야겠지만 게임사들의 격전지가 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NC소프트 등 경쟁사들도 긴장감이 오르고 있다.
27일 넷마블은 5번째 NTP(Netmarbel Together with Press)를 개최하고 신작 라인업 및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방 의장을 비롯해 권영식 각자대표, 도기욱 각자대표 내정자, 설창환 부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과 넷마블 자회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4년 만에 공식석상 앞에 선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이날 신작 발표회에서 블록체인·메타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방 의장은 “넷마블은 투트랙 전략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넷마블은 게임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게임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모델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넷마블은 총 20종의 신작 게임을 발표했는데, 이 중 6종은 블록체인 게임이다. 오는 3월 출시하는 ‘A3: 스틸얼라이브’를 필두로 내년까지 ‘제2의 나라’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10종의 게임은 연내, 나머지 10종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은 블록체인 게임에 연동할 가상 화폐 2종도 발행할 계획이다.
넷마블의 발표에 시장에서는 일단 ‘기대 이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번 신작 발표회를 꼼꼼히 준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넷마블은 영업실적 부진에 연초부터 주가 급락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 지적재산권(IP) 매출이 하락했고 작년 출시한 신작도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는 “넷마블이 게임주에서 더 이상 선호주가 아니다”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NTP에 참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넷마블의 경쟁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생겨난 것도 사실인데, 이번에 발표한 계획들이 꽤 구체적이라 긍정적인 기대도 생겼다”라며 “시장만 좋았으면 넷마블 주가가 상한가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넷마블의 가세로 국내 게임업계 대표 3사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모두 MBN(메타버스·블록체인·대체불가토큰)을 핵심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는 셈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NFT 게임 진출을 선언했고, 넥슨은 북미 지역 사용자 대상인 가상화폐 게임 아이템 구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컴투스홀딩스의 자회사인 컴투스 역시 블록체인 게임과 메타버스 신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에 소극적이던 크래프톤도 지난 25일 NFT 신사업 조직을 구성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최대 게임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 것도 국내 게임사를 향한 기대를 다시 불지핀 이벤트다. 해당 거래는 IT산업 역사상 최고액 인수합병이다. MS의 46년 역사에서도 링크드인(260억달러)을 넘어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로 기록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수가 글로벌 IT기업이 메타버스 주도권 쟁탈전에 본격 가세하기 위해 ‘게임’을 가장 핵심으로 봤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P2E(돈 버는 게임)를 향한 규제 등 풀리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P2E가 ‘사행성’ 이슈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가운데 규제 이슈와 별개로 게임회사들의 자정작용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평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이번 NTP에서 규제 이슈와 관련해 "모든 신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부작용을 규제하면서 방향성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NC소프트, 컴투스 등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신사업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긴 했지만 출시 시기 등 구체성은 떨어졌는데, 넷마블의 블록체인 게임 가시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추가로 내야하는 NC소프트 등 경쟁사도 부담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2E규제 등 국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긴 하지만, 해외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미래산업을 준비하고 성과를 낸다면 시장에서도 게임사를 향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