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2.8배로 동일업종 10배에 턱없이 하회
高배당 현실성 높아져…성난 주주들 표심 잡기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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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회사측에 주주제안을 발송했고 곧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지난해에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고 박 전 상무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박 전 상무가 직접 사내이사진으로 합류하긴 어렵지만 사외이사 2명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전체의 60%가 넘는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박 전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52%였다. 과반 이상의 유의미한 찬성률을 기록했으나 회사와 박 전 상무측이 다득표자 1인만 선임하기로 합의하면서 이사회 진입은 불발됐다.
금호석유화학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주가는 부진하다. 소액주주들이 늘고 기업들의 주주환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실효성 있는 제안이 발표된다면 박 전 상무에게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지난해 5월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본래 임기를 채웠더라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내이사를 선임해야 하지만 일찌감치 물러나 사측의 이사진을 앉힘으로써 박철완 전 상무의 사내이사진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로써 올해 주주총회에선 사내이사의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는다. 대신 사외이사 2명 (정진호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회장, 정용선 전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재선출을 추진할 전망이다.
박찬구 회장의 사임으로 사내이사진 진입이 어려워진 점은 박철완 전 상무에겐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2명의 사외이사진에 본인의 추천 인사가 선임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일단 내년에도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는 없기 때문에 박철완 전 상무가 이사진 진입을 위해 전면에 나서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주제안은 지난해 박 전 상무가 밝힌대로 주주환원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박 전 상무와 회사측의 제안에서 가장 엇갈렸던 부분이 바로 배당이다. 회사측은 주당 4200원, 박 전 상무측은 주당 1만1000원의 배당안을 제시했다. 높은 배당금액은 주주들이 반길만한 사안이지만 과거의 사례들을 비쳐보면 주주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회사측 배당안엔 KB자산운용,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엘케이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등이 회사의 이익 창출 역량 대비 낮은 수준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반면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과 교보생명보험, 삼성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엔에이치아문디, 유리자산운용 등의 기관투자가들은 과당배당이란 근거로 박 전 상무 측 제안에 반대한 바 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금호석유화학이 10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8조4600억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 순이익 1조9700억원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대비 75.9%, 영업이익은 224.3% 증가했다. 이는 건설과 조선 등 전방 수요가 늘면서 에폭시수지 등 화학제품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및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가전제품 사용이 늘고 포장재 등 사용이 늘면서 고부가 합성수지(ABS)의 수요도 같이 늘었다. 이에 힘입어 순이익 또한 같은 같은 238.6% 늘어나며 충분한 배당 재원을 마련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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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1년 내 최저점이다. 금호석유화학 동일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은 약 10배인 반면 회사는 2.86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로 평가 받는다.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고배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조성됐고, 저평가된 주가에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시점이란 점은 박 전 상무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은 “특정한 이벤트가 있을 때 외에는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적고, 배당 또한 다른 기업에 비해 높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상무의 지분은 현재 8.5%, 우호지분을 합하면 10%가량이다. 박찬구 회장 측 지분율은 약 15%이다. 기관투자가 중에선 국민연금이 지난해보다 지분율을 낮춰 6.67%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의 투자목적이 일반투자일 경우 배당과 지배구조, 이사 선임 및 해임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의 표결에 따라 회사측과 박 전 상무측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