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현금 늘었지만 투자는 되레 감소
공고한 과점 구조에 '차라리 주가부양'
"본업인 통신 품질 개선은 언제?"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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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전년에 비해 보유 현금도 늘었는데, 5G 품질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도 진행함과 동시에 주가부양 움직임도 필요한 딜레마에 놓여있다.
지난해 통신 3사는 모두 두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을 거뒀다.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SK텔레콤 1조3872억원, KT 1조6718억원, LG유플러스 979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1.1%, 41.2% 10.5% 늘었다.
통신 3사가 연간 합산 영업이익 4조원 돌파라는 실적을 달성하면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늘었다. KT가 별도기준 지난해 말 1조7087억원(전년 대비 10.8% 증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고, LG유플러스도 12% 늘어난 6318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은 5378억원으로 전년 8452억원 대비 줄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SK스퀘어와 인적분할 당시 현금성 자산의 60%가량을 떼어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신사들의 현금 곳간이 늘어난 데는 설비투자(CAPEX) 규모가 늘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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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지난해 설비투자 금액은 SK텔레콤이 3조원으로 200억원 감소했고 KT는 2조8551억원으로 169억원, LG유플러스는 2조3455억원으로 350억원 줄었다. 별도기준 8조2006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을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증권사 통신사 담당 연구원은 “SK텔레콤처럼 5대 사업을 재정의 내리는 큰 그림을 가져가려면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데,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서 본인 색깔에 맞게 진행할 거다. 차라리 LG유플러스처럼 내실화에 집중하면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주가부양을 위한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주당 166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KT와 LG유플러스의 주당 배당금(DPS)은 1910원, 550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41.5%, 22.2% 늘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배당 성향을 별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상향했다. SK텔레콤은 30%에서 40% 사이, KT는 50%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사의 배당수익률은 5~6%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2022년 SK텔레콤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6.2~6.6%로, 대신증권은 올해 SK텔레콤의 연간 DPS가 3600원에서 4100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분기별 900~1020원 수준이다.
신사업 투자보다 당장 주가부양에 집중하는 게 실효성이 낫다는 평가도 있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인 5:3:2 구도에서 신사업으로 격차를 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른 연구원은 “신사업을 개발하는 제조사들은 설비투자를 많이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통신사는 업체와 제휴를 맺어서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능력만 보여주면 된다. 지금 SK텔레콤이 메타버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를 먹거리로 키운다고 해서 KT, LG 고객이 SKT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5G에서 6G로 가는 신사업 서비스는 통신 3사가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3사 간 큰 차이를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주가부양에 우선순위를 두는 통신사의 모습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통신사의 ‘본업’인 통신 품질 향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배당이 늘었다는 점이 주주환원에 더 신경을 쓴다는 방증이지만 정작 5G 품질 향상은 안되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5G 품질 문제의 원인은 결국 기지국 부족이다. 통신 3사는 LTE보다 약 20배 빠른 28GHZ 기지국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12월까지 개설 신고를 한 총 2114곳 중 개설을 완료한 곳은 138대에 그치며 의무이행 기준 대비 이행률이 0.3%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5G 무선국도 19만8832개로 LTE의 20%도 안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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