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V 목표치 5.16조 달성으로 실질 '풋 트리거'는 소멸돼
주주간계약 수정·추가 출자에 대한 FI 책임 면피조항 신설
남은 건 FI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최소 상장가치는 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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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한참 준비 중이다. 예정됐던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2차 투자유치를 확정해 지분율 변동을 마쳤고 상장 전 마지막 연간결산도 공개됐다. 약정한 총거래액 목표를 달성, 약정상의 풋옵션 부담도 크게 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원활한 투자회수만이 유일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시선은 상장 성적표로 옮겨가고 있다.
SSG닷컴의 기업공개(IPO) 및 총거래액(GMV) 이행조건은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과 맺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발동조건과 맞물려 있다. 요건 미이행 시 FI들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인수인 소유주식 전부를 대주주가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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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들이 최초 투자 당시 마련된 주주간계약서(SHA)에 더해, 최근 3000억원 투자 과정에서 협의를 거쳐 계약서 내용이 소폭 수정됐다. 계약에 따르면 SSG닷컴이 2024년 4월 30일까지 ▲2023년 GMV 5조1600억원 이상 달성 ▲IPO위원회가 선정한 복수 IB의 IPO 가능 의견 제출을 이행의무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이미 GMV로 5조7174억원을 냈고, IPO위원회가 선정한 두 곳의 IB로부터 IPO 가능 의견을 받았다. 두 의무조건을 선제이행한 만큼 계약상의 풋 트리거는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파악된다.
GMV 요건은 당초 목표했던 10조원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하향된 수치다. 그간 FI와 신세계그룹은 2023년까지 GMV 목표로 10조원을 제시해왔다. 쓱닷컴은 "설립 당시 GMV 10조원을 목표한 것은 맞다"며 "다만 이는 내부 암묵적인 목표치에 불과했다"란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SSG닷컴의 GMV 10조원 달성은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봤다. 한 증권사 담당 연구원은 "코로나 이벤트로 인한 반사이익 실현은 사실상 작년까지가 최대치였다. SSG닷컴의 GMV 성장률 또한 사실상 사실상 작년이 고점이었을 것"이라 전망했다. 빠르게 확대되는 영업적자도 함께 지적된다. 2020년 영업적자는 469억원으로 전년(818억원)에 비해 개선됐으나, 작년엔 1080억원으로 2.3배 늘었다. 외형 성장에 따라 영업적자도 함께 확대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의 성과는 코로나 이벤트에 기인한 것이라 봐야 하고 앞으로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돈을 넣는 만큼 크는 게 플랫폼의 특성이지만 여러모로 쉽진 않다"며 "IPO 시점부터 수익률을 본격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별도의 면책조항이 새로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2차 출자 관련 신주인수계약서를 체결하면서 기존 주주간계약서도 일부 수정됐는데 FI에 유리하게 설정된 면책 권리가 붙었다. 어피너티는 주주간계약 수정과 추가 출자 조건으로 "신세계, 이마트, SSG닷컴 등에 발생하는 손해나 손실을 면책한다”는 내용의 면책 특권을 얻었다.
풋옵션과 별개로 임원선임 의무 위반, 자본구조나 조직구조의 일방적 변경 등 위약사유 발생에 따른 위약매수청구권 등의 권리는 변동 없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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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로선 약정 미이행에 따른 당장의 부채 부담은 크게 던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풋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된 상태에서 FI의 원활한 투자회수만이 과제로 남았다. 투자 성과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로 예고된 SSG닷컴의 상장 성과에 달려 있다.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원활한 투자회수를 위해선 SSG닷컴은 최소 4조원의 상장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총 투자금 7000억원과 금융부채 약 4000억원을 합산, 이들의 보유 지분율(30%)로 역산해 보면 알 수 있다. 주주간 계약서에는 '연결회사는 본 매수청구권을 자기지분 매입의무로 봐 금융부채 3793억원을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현재로선 SSG닷컴이 성장성을 발판삼아 최소 4조원의 상장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상장 시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주관사 선정 프리젠테이션(PT) 당시 한 증권사는 적정가로 10조원을 훌쩍 넘는 숫자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증시 전망이 우호적이지 못한 점은 우려요소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으로 국내 증시에 먹구름이 끼면서 SSG닷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상장 여건이 우호적이진 못한 만큼 목표 대비 낮은 몸값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상장 기한이 별도로 없다는 점에서 당장 상장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신규 자금조달 측면보다 FI의 투자회수가 상장의 주된 목적이란 점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향후 공모가 산정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무리한 상장 추진으로 기업가치에 타격을 입는 전례가 최근 잇따랐다. 이에 SSG닷컴에서도 FI 회수에 최적화된 숫자는 가급적 만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