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거래소 전문가들 ‘쉽지 않은 딜’ 이구동성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사업 지속성에 의구심
정권 교체 앞둔 거래소 분위기도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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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윤수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켓컬리 상장이 끝없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됐던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한국거래소와 협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소 측에서도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신라젠 등의 여파로 상장 심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더욱이 3월 정권 교체를 앞두고 ‘윗선’의 의지가 반영됐던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 계획이 좀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지난 1월말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해왔던 마켓컬리의 상장예심청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2월 초 설 연휴 직후로 청구 일정을 계획했지만 이마저 다시 이달 말로 미뤄진 상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지분율이라는 분석이다. 다수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하면서 현재 김 대표의 지분율은 27.94%에서 6%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통상 거래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20% 수준을 상장심사 승인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상장 후 기업지속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꼽고 있는 만큼 최대주주의 지분율 역시 까다롭게 보는 것이다.
김 대표의 마켓컬리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은 꾸준히 있어왔다. 한때 김 대표가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업계 내 형성되기도 했고, 매각설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및 한국거래소 실무진 측에서는 이전부터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 실현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당초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던 마켓컬리를 국내 상장으로 선회하도록 설득한 쪽도 실무단보다는 윗선의 의지였다는 후문이다. 거래소가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로 국내 유니콘들을 해외에 빼앗긴다는 지적을 받자 고위 임원 단에서 마켓컬리를 적극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초 K유니콘 증시 상장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신라젠 등의 사태로 거래소 내 상장 심사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평이다. 내부 직원의 수천억 단위 횡령 혐의가 불거진 오스템임플란트와 경영진 배임 혐의에 휩싸인 신라젠은 오는 17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 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후문이다.
해당 사건들의 여파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거래소의 상장 문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작년 중순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을 공식화한 시점과 비교해 거래소를 둘러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3월 정권 교체를 앞두고 손 이사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점도 마켓컬리 상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당초 거래소 내 고위직 임원급에서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을 전폭 밀어줬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후 수뇌부의 거취가 확실치 않아졌다. 2023년 말까지인 임기를 채운다 하더라도 정권 교체 시 ‘레임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무진 단에서는 이전부터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 가능성을 두고 ‘쉽지 않은 딜’로 평가해온 만큼 임원급의 거취 여부가 마켓컬리 상장의 중요 가늠자라는 평이다.
이와 관련, 거래소에서는 아직까지 마켓컬리 상장 가능성이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논리를 보완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회사 측과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는 앞서 김 대표와 주요 주주간 의결권 공동 행사와 매각 제한 약정을 요구한 바 있다. 상장 이후에도 최대주주의 안정적인 경영이 보장돼야 한단 취지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김슬아 대표의 의결권이 적다보니 안정적으로 경영을 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보완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거래소 조율 과정에서 조금 딜레이가 있을 뿐, 상반기 상장 일정엔 변동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