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같은 현물출자-물적분할…外風 우려에 스스로 몸사린 KT
입력 2022.02.18 07:00
    취재노트
    ‘분할’에 투자자들 이견은 크지 않았지만
    스스로 분할 대신 현물출자 택한 KT
    본질은 동일한데 굳이 왜?
    분할에 대한 정치권·여론 뭇매 피하고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 결의로 속전속결
    구현모 대표 등 이사진 배임·횡령도 영향 미친듯
    현물배당 환원책, 실효성은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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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물출자와 물적분할의 본질은 사실상 동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식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 그리고 절차와 소요 시기만 다를 뿐 사업을 분할해 신설하는 기업에 자산을 이관하고, 모회사가 신설 회사의 지분을 100%를 보유하는 근본적인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KT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사업부분을 떼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론 현물출자이다. 방식은 1조6200억원가량의 자산을 신설 법인에 넘기고 1500억원의 현금으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다.

      KT는 현물출자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존속법인인 KT와 신설법인이 공유할 수밖에 없는 자산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의 경우에도 현물출자와 유사하게 유상증자나 대규모 현금 투입과 같은 절차가 따르지 않는다. 즉 일부 자산을 공유하고 있고 회계상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물적분할과 다른 포인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동일한 방식인 물적분할과 현물출자, 단어 차이에 불과했지만 KT는 최근 자본시장 내 가장 큰 화두인 물적분할과 관련한 이슈에 휘말리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포스코 등 물적분할 이후 신설법인의 재상장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KT는 물적분할을 택하지 않고 현물출자에 나서며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는 우호적 이미지까지 얻었다. 발표 당일부터 이튿날까지도 회사의 주가는 본래 흐름을 이어갔다.

      사실 KT는 투자자들로부터 꾸준히 기업가치 제고방안에 대해 요구 받아온 회사다. 물적분할도 기업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사업부 분할에 대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에도 KT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성장성있는 사업부를 떼내 집중적으로 육성해 키우라는 목소리가 컸다. KT가 IDC와 클라우드 사업부 분할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해 왔고 이를 전제로 외부투자 유치도 검토중이었기 때문에 ‘분할’에 대한 이견과 큰 반발이 예상되지 않았다. 사실 전체 매출 비중의 1.8%를 차지하는 사업부를 떼낸다는 점은 앞서 핵심사업부를 떼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마치 주주가치 제고에 반하는 전략으로 비쳐지는 ▲’물적분할’이란 부담스러운 단어를 배제하고 ▲사실상 물적분할과 동일한 현물출자란 생경한 전략을 쓰면서 ▲투자자들에게 “자회사(KT클라우드) 주식을 배당 형식으로 나눠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다소 모호한 당근책까지 제시한 데는 최근 KT의 대내외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나서 물적분할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 또는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간기업과 공기업 그 사이 애매한 위치에 있는 KT가 물적분할을 추진한다면? 논란의 여지를 남길 가능성이 컸다.

      KT 곳간에 쌓인 현금은 1조7100억원. 지난해 대비 40% 넘게 늘어난 영업이익, 50% 수준의 배당성향에도 주가는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룹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물적분할 카드가 순수한 기업가치 제고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치적을 쌓기 위한 작업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구현모 KT 대표 3년 임기의 마지막 해이다. 구 대표가 연임을 고려한다면 실적이든 주가든 외연 확장이든 어떤 측면에서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반대로 투자자들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 전략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최대한 피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원 총 10명은 이달 초 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받았다. 공동대표로 선임된 박종욱 사장 역시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KT 새노조는 “KT는 사내이사 3명이 나란히 같은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엽기적인 기업이 됐다”며 규탄했다.

      물적분할은 주주총회를 반드시 거쳐 전체 주주의 66.7% 이상이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현물출자의 경우엔 이사회 결의만을 거치면 가능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물출자 전략은)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 배임과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현 경영진에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 그리고 추후 이사 선임 등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물출자에 따른 반발은 없었으나 주주환원책으로 제시한 현물배당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회사는 현물배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을 뿐 아직은 확정한 방안이 아니다.

      회사는 현재 신설법인에 대한 외부투자 유치, 그리고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뒀다. 인프라투자 성격이 강한 IDC, 점차 빨라지는 기업들의 전환 속도에 맞춘 클라우드 부문에 설비투자(CAPEX)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회사는 현재 조단위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오롯이 해당 사업에 쏟아붓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배당 등 주주정책 강화에도 자금 소요가 발생한다.

      투자유치와 IPO, 어떤 경우에서든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분할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시한 현물배당이란 유인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신설법인이 충분한 배당여력을 갖춘 상태가 돼야하고, 신규 주주들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KT가 이제라도 다수의 투자자들이 성장성에 큰 이견을 달지 않는 사업에 집중하겠단 의지를 비쳤다는 점이다. 물론 대통령 선거 이후 바뀔 신설법인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주주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일련의 과정들에서 비쳐질 KT의 행보가 진정 주주들만을 향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