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안전장치 필요하다는 기류…RCPS 발행 가능성도 거론
산업 전망·LG엔솔 성적표 등 투자 유치 구조에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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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는 보통주를 발행하는 방식이 유력했지만 최근엔 우선주 발행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규모는 큰데 향후 상장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 보니 최소한의 회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황과 배터리 산업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투자자에 유리한 우선주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SK온 프리 IPO 예비입찰에는 칼라일과 KKR, 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싱가포르투자청(GIC),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등이 참여했다. 이후 실사와 본입찰 등 절차를 거쳐 4월까지는 투자자가 낙점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SK온의 기업가치를 35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으며 신주 10%를 발행해 3조~4조원가량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처음부터 신주는 보통주로 발행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주를 발행하면 투자자에 별다른 회수 장치를 제공하지 않아도 돼 회사의 부담이 줄어든다. 잠재 투자 열기가 뜨거워 SK그룹이 유리한 조건에 욕심을 낼 만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살짝 달라지는 모습이다. 보통주 투자자는 회사가 상장(IPO)하면 증시에서 알아서 주식을 팔고 나가야 한다. 배터리의 성장성이 크다지만 회사는 IPO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회수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 글로벌 PEF라도 안전장치 없는 소수지분 투자는 심사를 넘기 쉽지 않다.
SK온이 목표한 증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앞으로 향후 차입금도 대규모로 조달해야 한다. 앞선 순위의 차입금은 늘어날텐데, 보통주 지분율은 10%에 불과하다. 이번 프리 IPO 투자자는 사실상 가장 나중 순위의 권리자가 된다는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지위가 불안하면 투자 규모를 늘리기도 조심스럽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보통주 투자의 불확실성이 크고 최근 시장금리까지 급등하는 상황이라 굳이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가 SK그룹 측에 보통주 이상의 회수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주식이 보통주에서 우선주 바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우선주에 투자하면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고, 회수를 보장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둘 수 있어 유리하다.
RCPS의 경우 상환 조건이 붙으면 부채로 인식된다. 회사 입장에선 앞으로 빌려야 할 돈도 많은데, 프리 IPO 단계에서부터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 다만 ‘상환할 권리’를 회사가 갖는 구조를 짜면 RCPS도 자본(Equity)으로 인정이 된다. 작년 SK E&S도 RCPS 발행하며 상환권을 확보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순수 보통주로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며 “SK E&S 때처럼 RCPS를 발행하되 상환권을 회사가 갖는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도 어렵다면 상환권을 배제하고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회사는 금리 인상(Step up) 등 조건이 부담스러워 꺼리겠지만 영구 전환사채(CB)도 자본적 성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SK온 최종 투자 유치 구조는 결국 증시 분위기와 배터리 산업 전망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이 밝고 투자 경쟁이 치열하다면 회사에 유리한 보통주, 전보다 우려섞인 전망이 늘어난다면 투자 회수에 유리한 우선주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증시는 국내외 정세 변수, 리세션(recession·경기 하강) 국면, 금리 상승 등 요인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증시 입성 전 단계인 PE, VC 등 투자 시장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점치기 어렵지만, 투자하는 입장에선 지금 높이 들어가서 나중에 낮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잠재 투자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행보에도 집중하는 분위기다. SK온은 지금까지는 CATL 등 높은 가치산정 배수가 높은 기업들도 비교군으로 놓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LG엔솔 상장으로 국내에 가장 확실한 비교 대상이 생겼다. 향후 몇 년 간 LG엔솔의 주가와 기업가치 산정 배수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행보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