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금 최소 200억원 이상 거론…가치산정 방식 주목
실질 소유주 오너 4세 남매, 실현 차익으로 증여세 마련
CVC로 체질 개선 이후 '심사역 관리'가 핵심 변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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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그룹 오너 일가가 사실상 소유한 벤처캐피탈 조직이 연내 지주사로 편입, CVC(기업형 벤처캐피탈)로 체질을 개선한다. 매각가는 최소 200억원 이상으로 거론, 실질 소유주인 오너 4세들은 이번 거래로 실현한 차익을 증여세 재원 마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CJ㈜는 그룹 내 벤처캐피탈(VC) 조직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연내 편입을 목표로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인수 대상은 CJ그룹 비상장 부동산 개발업체 씨앤아이레저산업이 보유한 타임와이즈 지분 전량이다. 이재현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상무(51%)와 이경후 CJ ENM 부사장(24%)이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타임와이즈는 사실상 이들의 개인회사로 분류돼왔다. 그간 지주회사 밖에서 독립된 VC 역할을 해왔던 타임와이즈를 지주 체계로 끌어들여 CVC로 만드는 거래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매각금은 수백억원 규모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최소 200억원은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타임와이즈는 지난 2019년 기업가치로 150억원을 평가받은 바 있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전 대표가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보유 지분 51%를 매각하면서다.
일반적으로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한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식의 가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승계 이슈가 있는 오너 일가가 개입된 그룹사 딜이란 점에서 미래 기대효익을 가능한 한 최대 수준까지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 기대되는 자기자본이익률이 자본비용보다 높을 것이라 판단되면 주주지분의 가치는 자기자본 장부가치보다 크게 책정될 수 있다.
이번 거래는 '미래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이라는 좋은 명분 또한 갖췄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말 '2023 중기비전'을 발표하며 오픈이노베이션과 이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오너 4세 남매는 이번 거래로 수백억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 자금은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2020년 이 회장으로부터 CJ신형우선주를 증여받으면서 60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부여받은 바 있다. 최근 진행중인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와 각 계열사 배당 확대 등과 더불어 이번 거래 또한 이들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경우 인수자가 상장사인 지주사 CJ㈜이고, 매도자가 승계를 앞둔 오너 일가란 점에서 타임와이즈 주당 가격이 어느 정도 보수적으로 산정돼야 배임 의혹 등 뒤탈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타임와이즈 내부에선 지배구조 변경으로 조직구성과 정체성이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있어 보인다. 통상 CVC는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 고려 차원에서 내부 인사 위주로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 경우가 많다. 심사역 사이에선 지주 편입으로 딜 성사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탈할 의사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치는 분위기다.
VC업계 관계자는 "지주 CVC와 계열사 산하 VC의 존재 의미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VC는 투자심사역이 곧 자산이 되는 만큼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지주사 입장에서도 관건이 될 것"이라 전했다. "CVC의 경우 출자 제한, IR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 캡티브 위주로 한정될 투자 등이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CJ㈜가 타임와이즈 편입 이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마련한 단계는 아닌 상황으로 전해진다. 투자심사역 개별면담을 통한 의견 수렴 작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