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자 중인 곳도 다수…재무여력 우려도
정용진 부회장 의지 높은 '빅딜' 담당?
'탈 부동산' 그룹 기조 모호하단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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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프라퍼티는 최근 국내외 투자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연관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제치고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모호한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이유와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선 의문 섞인 시선이 많다. 초대형 부동산 거래에도 참여했지만 회사의 재무여력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이마트의 사세 확장을 이끄는 형국인데, 결국은 이마트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16일 이마트는 미국 나파밸리의 고급 와이너리인 ‘셰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와이너리를 보유 및 운영중인 가족회사 Shafer Family, LLC 지분 100%와 부동산을 포함해 2억5000만달러(2996억원)다. 이마트 완전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미국에 설립하는 100% 자회사 스타필드 프라퍼티스(Starfield Properties Inc.)를 통해 인수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작년 9월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077억원이고, 개별 기준으로는 최근 3년간 평균 보유 현금성자산이 40억원에 못미친다. 이번에 최종 인수 주체로 나선 스타필드 프라퍼티스는 자산이 1199원, 즉 1달러짜리 특수목적회사(SPC)다.
사정이 이러니 이마트가 신세계프라퍼티에 증자 등으로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었다. 이번 투자금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 프라퍼티스에 출자하는 자금으로 모두 충당하기로 했다. 자회사의 사업 효과가 모회사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이마트가 신세계프라퍼티에 자금을 댄다고 하면 주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보다 자금 여유나 조달 효율성이 떨어지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앞에 서는 구조가 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최근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경쟁사 현대백화점그룹이 여의도에서 ‘더현대서울’로 입지를 다지고 있어 IFC를 인수해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로 맞불을 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 이지스-신세계그룹이 최종 승자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완주 의지는 높다. 와이너리 인수에 IFC 투자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물론 수천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부동산 및 복합쇼핑몰 사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부담이 발생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금까지 투자 자금 소요의 대부분을 유상증자, 즉 이마트의 자금을 통해 충당해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16년 1080억원, 2017년 1230억원, 2018년 2150억원, 2020년 2000억원 등 꾸준히 증자를 이어왔다. 2021년 9월 말 누적 기준 이마트·신세계 유상증자 규모는 1조2680억원이다.
외부 자금 조달도 불가능하지 않고, 부동산 담보도 활용할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1년 9월 말 기준 1조2748억원에 달하는 유형자산·투자부동산과 5406억원의 공동∙관계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IFC 인수는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60%를 가정할 때 에쿼티(Equity)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 신세계프라퍼티가 강남 센터필드를 소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 지분 25%를 인수할 때는 36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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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프라퍼티는 이미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스타필드 수원과 창원 등 신규 매장 개발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약 2조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2019년 부지를 매입한 동서울 터미널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투자규모가 그룹의 자금 지원 규모를 크게 넘으면서 차입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 3분기 동안 스타필드 창원, 동서울터미널, 화성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매입, 스타필드수원 증자, 캡스톤 펀드 투자 등으로 약 9000억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했지만 이마트로부터의 증자 대금은 3000억원에 그쳤다. 2020년 스타필드하남의 유상감자, 개정 리스기준 적용 으로 2021년 9월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9644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결기준에 스타필드 하남과 안성 합산 순차입금은 1조4638억원(리스부채 5204억원 포함)으로 증가했다. 스타필드수원, 청라, 동서울 프로젝트 등이 더해져 차입부담은 이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와인 사업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고, 모회사 이마트의 사업 확장 전략에 자회사인 프라퍼티가 도움을 주는 그림이라 자연스러운 모양은 아니다”라며 “신세계프라퍼티가 이미 벌여둔 일들이 많아서 돈 나갈 일이 많고 그것만 해도 상당히 부담이 있는데 어떻게 다 소화를 해나갈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와이너리 인수의 주체가 된 배경에 의문도 제기된다. 와인사업이 유통업과 관련은 크지만, 인수 주체가 이마트나 신세계엘앤비 등이 아닌 점은 의외라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내에서 와인사업은 ㈜신세계엘앤비(이마트의 100% 자회사)를 중심으로 해오고 있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와인앤모어 등이 채널을 통해 판매 및 유통 중이다. 미국 현지 ‘부동산’도 인수 대상에 포함됐지만 500억원 규모에 그친다. 이종의 산업을 인수함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NICE신용평가는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인수대상인 와이너리가 신세계프라퍼티의 주 사업대상인 상업시설(스타필드 복합쇼핑몰 등)과는 운용 특성이 상이한 점, 해외 소재 자산으로서 국내 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관리 난이도가 높은 점 등은 향후 회사의 사업안정성에 부담 요인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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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프라퍼티가 그룹의 ‘빅딜’ 전담이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와이너리 인수와 IFC 입찰 모두 정용진 부회장이 적극 관여했다고 알려진다.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와인 수입사인 신세계와인컴퍼니(현 신세계L&B)를 직접 설립한 바 있다. IFC 딜도 콘래드호텔 건물이 포함돼있어 ‘레스케이프’라는 독자 브랜드를 내는 등 호텔 사업에 관심이 큰 정 부회장의 인수 의지가 높았다고 전해진다.
최근 상황을 보면 사업적 효과가 작거나 총수의 의지가 담긴 사업의 투자 부담을 이마트가 아닌 그 자회사가 지는 구조가 됐다.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밀어붙인 사업 여러 곳이 실패하거나 부진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마트 돈으로 성과가 언제 날지 모르는 사업에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와이너리 인수 역시 '증자 없는 구조'를 짜는데 가장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최근의 투자 행보가 그룹이 공표한 ‘탈(脫) 부동산’ 전략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정용진 부회장은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매각을 결정하면서 ‘탈 부동산’을 선언한 바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신흥 강자들이 나타나면서 전통 유통기업의 주요 자산인 부동산을 유통화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더불어 정 부회장의 ‘탈 부동산’ 의지가 강해졌고, 당시 정 부회장이 “부동산은 깔고 있지 말고 이커머스와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프라퍼티는 포도밭과 대형 부동산 등에 다시 손을 대는 상황이다. 성수, 대치, 이태원 등 각지의 오피스와 호텔 등 개발에 펀드 출자자로도 나서고 있다. 작년 경영권을 확실히 가져온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향후 행보에도 시선이 모인다. 지금까지는 스타벅스 입점 건물의 가치만 올려줘 남 좋은 일만 했다면, 이제는 부동산을 직접 사들여 자본 이익을 거두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글로벌 차원에서 부동산 가격 변동을 사업위험에 넣지 않기 위해 임차만 한다는 전략을 펼쳤다"며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임차한 건물 가치 상승분은 건물주만 가져갔었는데 이제는 스타벅스가 직접 부동산 보유 전략을 펼 것인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