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연대, 운용사에 의결권 모아 함께 연대 나서
일부 개인주주들, 운용사에 문의 “우리 기업도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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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음달이면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주주서한을 보내며 주주환원 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학개미운동’ 주역인 개인투자자들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 캠페인에 한창이다. 기업의 물적 분할 문제로 주주가치가 훼손된 것이 계기가 됐다. 소액주주들이 자산운용사와 한 목소리를 내는 케이스도 나오는 가운데 포트폴리오에 담지도 않은 기업까지 챙겨봐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첫발을 뗀 건 트러스톤자산운용이다. 지난해 연말 언더웨어 제조사 BYC의 지분 보유목적을 기존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하면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해당 주주서한에는 ▲내부거래 감소 ▲유동성확대 ▲합리적 배당정책수립 ▲정기적인 IR계획 수립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 활용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뒤이어 VIP자산운용은 한라홀딩스에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 상대로 물적분할 문제를 삼으며 주주 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KB자산운용에 이어 지난 21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부터 정기 주주총회에 감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받기도 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의 주주 행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액주주와 함께 연대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 소액주주연대는 의결권을 모아 안다자산운용에 위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다자산운용이 보유한 SK케미칼의 지분 0.53%에 동참의사를 표시한 개인주주 주식을 합치면 5대 주주에 상응하는 1.55%에 달한다. 안다자산운용은 이번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배당 증대, 사외이사 선임 등을 상정하며 표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IMM PE가 인수한 한샘의 소액주주 연대도 한샘 매각을 반대한 테톤캐피탈파트너스엘피(2대 주주)와 연대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한 주주행동주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주주행동에 나서자, 소액주주연대로부터 주주행동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함께 힘을 합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며 “힘을 합쳐도 주총 표 대결에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라 격려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주주행동주의 운용사가 늘어나자 소액주주들이 먼저 운용사에 주주행동을 제안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물적분할 등으로 투자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운용사들도 해당기업의 주주행동에 나서달라고 하는 것이 주 골자다.
한 코스피 상장사의 소액주주 연대는 KCGI,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국내 주주행동 자산운용사에 메일과 전화를 통해 투자제안서까지 보내기도 했다. 중복상장 이슈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과 주주가치 제고에 따른 주가 상승 폭이 높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운용사 포트폴리오에도 없는 기업에 대해 문의 요구가 들어오기도 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몇몇 개인 주주들이 본인들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도 챙겨봐달라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운용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라 달리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참고하겠다고만 말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전화나 메일로 종종 개인주주들의 연락이 오는데 운용사 영역 밖의 일까지 요구하고 있어 황당하다”며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개인투자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포트폴리오에도 없는 기업의 이슈를 운용사가 챙겨볼 수 없어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