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90% 인정 이례적…소속사 활동수익, 매출 인식 꼼수 의혹 제기
금리 인상기 역레버리지 우려…자산가 중심 차익실현 매물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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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준열 주연 영화 <돈> 포스터/사진제공=(주)쇼박스
유명인 이름값으로 레버리지 투자에 성공했던 연예인들이 자산매각 막판 러시에 나서고 있다. 역레버리지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제기되며 자산가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 수요가 급등한 맥락과 결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90%까지 인정받으며 적은 자본금으로 수십억 차익을 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배우 류준열이 적은 자본금으로 빌딩에 투자해 40억원대 차익을 낸 소식이 전해지며 이목을 이끌었다. 류준열은 2019년 12월 서울 역삼동 소재의 토지 및 단층 건물을 58억원에 인수, 지난 1월 150억원에 매각했다. 대출을 제외한 차익규모는 세전 기준 60억원이다.
논란이 된 것은 일반인이라면 받기 어려웠을 90% 수준의 대출 비율이다. 건물 매입금액 58억원 중 실제 대출금액은 53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 류준열은 어떻게 이렇게 높은 대출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
법인사업자의 대출 한도는 법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산출되는데 매매계약서 상의 매매가액과 감정가액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보통 60% 수준을 인정받는다. 여기에 추가로 법인 대표자가 본인의 부동산이나 동산 등을 담보를 제공한 개인 신용대출 및 개인사업자대출을 일으킬 경우 최대 20%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
4대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메이저 은행들은 추후 감사받거나 소명해야 하는 자료로 쓰이는 중요한 부분이라 90% 정도의 대출은 굉장히 어렵고 이례적"이라며 "보통은 시중은행에서 LTV 한도까지 받은 후, 나머지를 사업자금 용도로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류 씨는 본인의 자산이 아닌 법인 딥브리딩 소유 건물 토지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일으켰다. 매입 시 토지담보대출뿐 아니라 건물 건축 시에도 토지를 대상으로 추가 담보대출이 가능한데, 이 시점에 주변시세가 크게 뛰면서 담보가치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율로 따지면 대출 가능규모는 막대할 수 있다. 류준열은 기존 단층 건물을 허물고 지상 7층·지하 2층 규모로 빌딩을 재건하면서 신축자금 명목으로 17억원을 추가 대출받았다.
대규모 은행 대출이 있었던 만큼 딥브리딩의 재무구조가 우수하다는 대출기관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딥브리딩은 2020년 기준 17억5900만원의 매출을 기록, 외견상으론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2018년 3월 설립, 사업 2년 만에 급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이 매출은 사실상 류 씨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부터 류 씨의 활동수익을 배분받아 매출로 인식한 수치로 보인다. 이는 유명 연예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법인 부동산 투자 '꼼수'로, 사실일 경우 실질 사업 안정성을 갖춘 법인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사업구조뿐 아니라 회사 여건상 일반적인 법인 형태로 보이진 않는다. 대표이사는 류 씨의 어머니지만 실제 지분은 류 씨가 100% 갖고 있으며 회사 주소지는 류 씨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래미안옥수리버젠이다. 사업목적 또한 연예인 방송 매니지먼트업에 부동산 임대업까지 포함돼 있었다. 설립 초부터 빌딩 투자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연예인들이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만큼 신용도 및 자금상환능력을 높게 평가, 무리한 대출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류 씨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및 꼼수 투자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류준열은 세금부담이 개인보다 낮은 법인을 앞세워 건물을 매입했다. 류 씨가 건물을 매입한 2019년은 현재보다 금리가 낮고 대출규제 또한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건물은 지난해 10월에 완공됐고 류 씨는 곧바로 11월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산가치가 끝없이 치솟은 투자 흐름을 제대로 잘 탔다는 분석이다.
투자와 차익 실현이 모두 최적의 타이밍에 이뤄졌으니, "부동산 투자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류 씨의 공언에도 '투자의 귀재' 면모를 보여준 건 부인할 수 없다는 평이다.
초고액자산가(VVIP)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증권사 유관부서에선 최근 연예인뿐 아니라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대형증권사 부동산 투자자문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코로나 여파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전 수치를 모두 경신할 정도로 거래량이 많았다. 다만 이건 매물이 아닌 매수가 견인한 수치다 보니 가격이 급등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최근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역레버리지 우려가 조금씩 나오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매수세를 따라잡고 있는 모습"이라 전했다.
류 씨 사례에 더불어 레버리지 투자에 성공한 연예인들 가운데 자산매각 막차에 탑승하려는 시도가 추가로 더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수년 사이 강남권 수익형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연예인 사례가 잇따랐다. 적게는 70%, 많게는 90%에 이르기까지 법인 대출을 받은 뒤 자기자본 소액을 더해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들이다. 장성규, 한효주, 이병헌, 김태희, 비, 세븐틴 도겸 등의 부동산 투자 사례에서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들은 대체로 대규모 이자를 지불할 수 있는 고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대출 비율을 인정받아 왔다. 차익 실현을 위한 최적의 시점에 이른 만큼 자산매각 시도가 추가로 더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