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변곡점에 선 한국 경제 제 1편]
20년 골디락스 시대 이후 금리 상승 불가피한 시기
1970년대 미국, 긴축으로 달러가치 지키고 경제 성장
'냄비 속 개구리' 한국 부채 상황, 美 긴축 여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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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역사는 반복된다.' 과도한 유동성에 의한 인플레이션 이후 고통스런 금융긴축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부채상황은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되곤 한다. 향후 경제전망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지난 10년 간 지속된 글로벌 금융완화의 시대가 끝나고 금리가 상승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많이 상승하느냐다. 어느 경우에도 냄비 속의 개구리에겐 치명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을 하나씩 떼어내 주요 동인을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큰 변곡점에 서있는 각 경제주체들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이 한 문장은 닷컴 버블이후 지난 20년간 진행된 '골디락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의 경제성장, 안정적인 실업률,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장기 경제번영 시대를 이끌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도 정부와 통화당국은 기대를 뛰어넘는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해왔다. 이는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계속 발행해도 된다는 현대통화이론(MMT)에 그 이론적인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방은 최근 한계에 부딪혔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의 보복소비 등의 영향을 받아 화폐의 유통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는 급격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들은 현재 유로-달러 금리차 등을 고려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앞으로 대략 7~9차례의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은 7%가 넘는 물가상승율을 나타냈다. IMF는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율이 4%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율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및 국제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단기 과열(오버슈팅)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2%포인트(200bp) 정도의 금리 인상을 정당화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경제의 기초체력(펀데멘탈)이 탄탄한가.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시급한가.
연준은 왜 강하게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일까?
역사는 정확히 반복되지는 않더라도, 그 운율은 지켜진다. 이를 염두에 두고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 그리고 인플레 압력이 높았던 1970년대말 연준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연준은 2.5% 내외의 근원물가상승과 4.5% 정도의 자연실업율 달성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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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베트남전 이후 미국은 과잉 유동성 관리 실패와 석유파동 등 원자재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1970년대말엔 10%를 넘는 광의통화(M2) 증가율과 최고 15%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런 위기상황이었던 1979년 8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는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을 긴축을 통해 잡기로 결정했다. 물가와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판단이었다.
1979년 10월, 경기가 침체되고 있었음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15.5%로 4%포인트 올렸다. 그 결과 일반 은행 금리는 20% 가까이 뛰어올랐다. 고금리로 인한 고통은 3년이나 지속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1983년 이후, 긴축을 풀자 미국 경제는 힘차게 되살아났다.
당시 연준은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고, 이 과정을 겪고나면 미국 경제가 훨씬 더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다.
볼커 의장은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도 했지만, 그의 더 중요한 업적은 '달러에 대한 믿음'을 지켜냈다는 데 있다. 달러에 대한 강건한 믿음은 전 세계의 유일한 기축통화로 재정확장 및 금융완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경제를 지탱해 온 큰 기둥이었다. 즉 미국은 시뇨리지 효과(화폐 발행을 통한 정부 지출 충당)를 크게 누릴 수 있었던 토대를 유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및 주요국 상황을 일부 고려하는 경향이 생기긴 했지만, 미국 연준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여건 및 전망에 따라 데이터에 기반해 예측가능한 정책을 수행해 왔다. 미국의 화폐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 상황은 연준이 상당한 수준의 금리 인상 및 자산 축소를 동반한 금융긴축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달러패권이 부여하는 기회와 영향력 유지를 위해, 정책 우선순위로 '물가안정을 통한 달러가치의 안정'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러는 물론 글로벌 화폐로써 주요한 거래 수단임과 동시에 신뢰성이 매우 높은 가치 저장 수단이기도 하다. 화폐가치가 불안정한 통화로 재화를 저장하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축통화인 달러 조차도 화폐가치의 안정을 장기간 유지해야만 그 가치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과거 볼커의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개될 연준의 금융긴축과 자산 축소는 대내외 부채를 크게 지고 있는 개발도상국가들에 긴축발작의 충격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미국 연준이 앞으로 7~9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200bp 정도 인상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2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