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일반 기업도 발행 나서
금리 불확실성에 장기CP 수요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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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와 자금 조달처 다각화를 위해 장기 기업어음(CP) 시장을 찾고 있다. 그동안 장기CP를 발행했던 곳은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가 주를 이뤘지만 비금융기업들도 발행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맞물리며 회사채 발행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이 발행이 편리한 장기CP를 찍고 있다.
그동안 장기CP는 여전사들의 주요 자금조달처였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BC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의 장기CP 발행량은 7조4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2조8200억원) 대비 163.1%가 증가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KB캐피탈(2000억원), 현대커머셜(1500억원), 현대카드(4000억원) 등 여전사들이 장기CP를 발행했다. 특히 현대커머셜은 지난달 23일 5300억원 규모로 장기CP를 발행한지 보름만에 다시 발행에 나섰다. 여전사들이 장기CP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는 카드채에 의존하는 자금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일반기업들도 발행에 동참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는 11일 1000억원 규모의 장기CP를 발행한다. 만기는 2년 9개월로 할인율은 연 2.927%로 잠정 책정됐다.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잇따라 장기CP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번달 들어 롯데알미늄과 롯데렌탈은 각각 300억원, 2200억원 규모로, 지난달 21일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300억원 규모의 장기CP를 발행했다.
일반 기업들도 장기CP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데에는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악화돼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당초 3년 단일물로 공모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공모채 수요예측 시장에서 미매각 사태가 이어지자 장기CP 발행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CP는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지만 경제적 실질은 회사채와 동일하다. 수요예측 등의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금리와 만기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만기가 1년 이상인 CP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위탁자가 50인 이상이 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하거나 인수단이 보호예수 1년 확약을 걸면 증권신고서 신고 의무도 면제된다.
크레딧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공모채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발행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확정할 수 있는 CP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장기CP는 회사채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이니 금리를 조금 높게 주고서라도 발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기업들의 장기CP 발행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크레딧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국내 기준금리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때까지 금리 불확실성이 채권시장 전반에 깔려있을 것”이라며 “회사채는 수요예측 이후에도 발행금리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발행금리를 확정짓는 CP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CP가 발행사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회사채는 만기별로 유통시장이 존재해 발행사의 신용위험을 시장에서 파악할 수 있지만 장기CP는 그렇지 않다"며 "장기CP가 과하게 발행되면 발행사의 시장 감시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장단기 금리의 왜곡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