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상황에 맞춰 투자 가능한 멀티에셋
국민연금 첫 멀티에셋 운용사 선정
과학기술인공제회도 곧 선정 계획
대외 불확실성 커지자…위험성 낮추겠단 목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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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식과 채권, 통화와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는 멀티에셋 출자를 늘리고 있다.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이 맞물리며 글로벌 자본 시장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전통적인 투자 기법에 국한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블랙록과 올스프링, MSIM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3곳을 멀티에셋 위탁운용사로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이제껏 주식·채권·대체투자·인프라 등 각각의 영역에 투자하는 위탁운용사를 선정해왔으나 멀티에셋 운용사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용사별로는 각 5억달러(약 6000억원)씩 총 15억달러(총 1조8000억원)를 배분한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는 3월 중순 글로벌 멀티에셋펀드 국내 위탁운용사 2곳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출자 규모는 총 2500억원이다. 과기공은 지난 2018년 1억20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멀티에셋 출자를 시작, 같은 해 하반기엔 7곳의 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해 총 1억8000만달러(2200억원)를 출자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산군별 수익률은 주식이 13%로 가장 높았고, 멀티에셋부문이 4.9%로 두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부동산(4%), 기업(3.4%), 인프라(2.3%), 채권(1.9%) 부문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2019년 글로벌 멀티에셋 부문에 총 40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노란우산공제회도 지난 2020년 처음으로 2곳의 운용사에 5억달러(약 6000억원)를 출자했다.
멀티에셋펀드의 출자구조는 대부분 별도일임계좌(SMA) 또는 재간접 펀드(Fund of Fusnds)를 사용한다. SMA는 블라인드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과 보수 등의 요구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재간접펀드는 위탁운용사가 하위 운용사의 펀드에 분산투자하면서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멀티에셋 출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자본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배분을 통해 투자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평가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오랜기간 멀티에셋 부문에 활발한 출자를 진행하고 있고 자산 배분 전략의 상당한 노하우를 지닌 글로벌 운용사들도 많다.
수익률을 꾸준히 끌어올려야하는 국민연금이 이번 멀티에셋 출자를 시작한 것 또한 글로벌 운용사들의 자산 배분 전략에 대해 습득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운용사를 선정한 것은 해당 운용사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어떤 형식으로 대응하고 투자하는지에 대한 전문성을 배우겠단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멀티에셋펀드에 대한 출자를 시작한만큼 향후 국내 기관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기관 움직임과는 달리 아직 멀티에셋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국내 운용사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인해 기관전용 PEF 운용사들은 경영권 거래(바이아웃)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메자닌, 기업대출 등 다양한 방식의 출자가 가능해졌다. 이에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은 계열회사를 세우고 새로운 분야와 형식의 투자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기도 하다.
멀티에셋펀드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선 각 분야의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이에 소수의 인력으로 구성된 PEF 운용사들이 이 같은 요건을 갖추기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단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