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 없이 계속된 도시개발 잔혹사…PFV 제도, 차기 정부서 손 볼까
입력 2022.03.16 07:00
    취재노트
    대장동 사건으로 확산된 민관 도시개발 잔혹사
    세제혜택에 비해 관리 제도는 미비했던 점 원인
    설립부터 운영까지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 부재
    PFV 건전성 담보 관리감독 소홀로 PF 부실 방치돼
    윤석열 정부, PFV 제도 대대적 손질 나설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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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부동산 도시개발 사업제도 손질 가능성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 대장동 사건 의혹으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게이트 몸통만을 좇으며 국민 피로도를 키웠다. 

      선거를 마친 지금 시선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에 이어 의정부시 캠프 카일, 안양 박달 스마트밸리, 평택 현덕지구 등 지역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한 잡음이 잇따라 불거지는 상황. 주무부처 없이 계속됐던 도시개발 잔혹사를 새 정권에서 손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개발사업이 대형화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시공사 중심에서 벗어나 민관과 금융사 주도로 지분을 출자해 사업을 진행하는 금융기업으로, 개발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사업이익과 배당이익에 대한 이중 법인세 부담이 있는 SPC와 달리 PFV는 부동산 취득세 및 등록세를 각각 50%씩 감면받을 수 있다. 수도권 내 법인을 설립할 경우 법안설립등기등록세에 대한 등록세의 3배 중과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 회피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공사가 아닌 PFV 형태의 컨소시엄을 앞세우면 공공택지지구가 아닌 민간택지지구 사업으로 인정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단순대출이나 이자와 수수료를 받는 PF보다 배당율도 높은 편이다.

      PFV를 통한 대규모 개발사업은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추진이 가능하다. ▲금융기관이 5% 이상 지분을 참여하고 두 곳 이상의 출자자를 둘 것 ▲자산관리회사(AMC)를 운영 주체로 둘 것 ▲50억원 이상의 자본금 규모를 충족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 다만 세제혜택에 비해 관리를 위한 제도는 미비하다는 점이 꾸준히 업계 애로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관계자들은 PFV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및 감독기관이 부재하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PFV에 대한 관리 및 감독규정은 법인세법과 시행령,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조문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세부 규정이 미미하니 PFV들도 국세청에 질의를 통해 각 사안에 적용해 왔다.  

      설립과 운영 전반을 통합 감독할 수 있는 주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현황 파악조차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각급 세무관서에 명목회사설립신고서를 제출한 회사가 요건을 갖췄는지조차 공식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008년 기획재정부가 PFV 관리 및 감독이 어렵다는 점에서 PFV 조세감면 혜택 폐지를 시도했던 바 있지만 관련업계의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자문위원 출신 법조 관계자는 "담당부처가 없으니 보고의무도 없고, 일종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관리주체는 없는데 리츠나 펀드 등과 세제혜택은 똑같이 받아가니 문제"라면서 "PFV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관리감독 소홀로 PF 부실이 방치될 수 있다. 공적 확인도 받기 어려워 법적인 안정성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가 없으니 의사결정 권한은 각 지자체장으로 쏠리는 형국이다. 대장동 사건에서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개발에 따른 이익을 시민들에게 지역화폐로 배당하는 사업을 자체적으로 계획했던 바 있다. "자신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대장동 사업을 무리하게 계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배경이다.  

      PFV 제도개선 쟁점의 핵심은 관리·감독 주무부처 신설 등 민간업자 선정 절차의 공정성 및 투명성 담보 방안 마련에 있다. 앞서 제기됐던 도시개발 잔혹사들은 모두 공공기관 참여로 브릿지 자금조달이나 인허가 면에서 이점을 얻고, 큰돈이 몰릴 것이란 기대에 정치인·판검사·변호사·대법관·언론인 등이 뛰어들어 판을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관련업계에선 새로 출범할 예정인 윤석열 정부에서 PFV 제도를 손질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석열 후보 당선과 함께 국토교통부는 대장통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민간 이익률 상한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대장동 방지법'을 입법예고했다. 주무부처 신설 및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도 새 정권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