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에 “적자 국채 부담 완화"…채권 시장 금리도 일단 안정
주로 보수 정권서 대형 구조조정 사례…현 정부선 '연명'에 무게
금리 상승세·부실 누적…갈수록 尹 정부 구조조정 부담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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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통령 선거가 정권 교체로 결론나며 채권시장도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는 국채 발행 카드를 보수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지가 관심사다. 지금까지 대규모 구조조정 움직임은 주로 보수정권에서 일어났다. 이번 정부는 기업의 생명 연장에 방점을 찍었는데, 갈수록 경기와 기업활동이 어려워지고 있어 다음 정부의 구조조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부담에 침체됐다. 경기 하강, 스태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지며 국내외 채권 금리가 꺾일줄 몰랐다. 대선 정국이 겹친 국내에선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이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였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및 국채 발행 규모가 시장 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전 세계에서 낮은 축이라 국채 발행 여력이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겠다 했으나 이후 지출 구조조정 방식으로 재원 마련 방안을 바꿨다.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국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를 때마다 시장금리가 출렁한다는 시각이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일단 안정세다. 당선이 확정된 10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 하락하며 마감했고, 11일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여소야대로 출범하는 새정부는 추경 및 국채 발행 카드를 편히 쓰기 어렵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추경에 따른 실질적 국채 발행 규모는 10조원 내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적자국채 부담이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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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변수는 일단락됐는데 이제는 중장기적으로 대형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것이냐가 관심사다. 국내 채권 시장은 과거 굵직한 구조조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대형 구조조정은 보수 정권 중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 정부에도 이런 사례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진보 정권에선 기업이 망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을 흔들 구조조정 이슈가 없엇다”며 “우연히 시기가 맞물렸을 수도 있지만 저축은행 사태, 한진해운 사태 등 대형 크레딧 이벤트는 대부분 보수 정권 중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때는 대표적으로 건설업과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대두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이 대거 퇴출됐다. 당시 정부는 건설업계의 부실이 금융 불안으로 확산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PF 부실이 주요 원인이 돼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도 이명박 정부 중에 정리됐다.
다음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때는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밖에선 중국의 경제 성장이 꺾이고, 안에선 경기 부진으로 ‘좀비기업’이 급증하던 시기다. 정부는 2015년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대 취약 업종을 선정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만 한진해운에 대해선 ‘고강도 자구 노력’ 등 원칙을 강조하며 지원을 머뭇거렸고 회사는 파산에 이르렀다. 대규모 부실과 자금 지원만 남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도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대기업그룹의 몰락도 많았다. 웅진, STX, 동부(현 DB), 현대 등 수많은 그룹이 회생절차나 워크아웃, 채권단 관리를 거치며 사세가 쪼그라 들었다. 이 기간엔 구조조정 주체도 ‘채권 금융사 연합’에서 ‘국책은행 중심’으로 점차 이동했다. 두 정부가 구조조정을 잘 수행했는지는 의문이지만, 공급 과잉 정리나 부실 확산 방지 등 방향성이 있었기 때문인지 구조조정 자체는 많았다.
지금 정부는 앞선 두 정부에 비해 구조조정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의 지지를 많이 받으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만큼 일자리 감소를 수반하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웠다.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진 대기업 구조조정은 ‘덩치 줄이기’보다는 새주인 찾기, 사업 효율화 성격이 많았다.
최근 수년간 돈을 벌어 이자도 못내는 기업은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2년을 거치며 기업 대출 상환 기한도 벌써 네 차례나 연장됐다. 새 정부도 당분간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출 금리 상승세와 누적된 기업 부실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새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앞서 보수 정권 때처럼 구조조정이 많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