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추천 감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제기
"이사회 투명성 개선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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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이 이번 주주총회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제껏 주총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측에서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한국 기업 거버넌스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SM엔터, 한샘, 금호석화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3%룰’에 기업들이 떨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회사는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이때 감사위원은 이사(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이어야 한다.
상법에선 주주총회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한다. 이를 ‘3%룰’ 이라고 한다. ‘3%룰’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유명무실했다. 3%룰의 취지는 회사의 이사회를 감독하는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만 제한함으로써 이사회가 감시 받을 수 있게 만들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당 법은 있으나 마나했다. 이사회 이사 선임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추천을 하고 이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만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최대주주가 원하지 않는 감사는 일괄추천 과정에서 배제시켜버리면 최대주주 의사에 반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제로였던 것이다.
하지만 해당 상법이 지난 2020년 개정 시행되면서 3%룰이 이사회 지배구조를 흔들 핵심 제도로 부상했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상법 제 542조 12 제 2항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 및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 중 상근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회사에 대해, 감사위윈이 될 이사 가운데 1인은(정관으로 정하는 경우 2인 이상)은 다른 이사들과 분리선임 하도록 규정했다.
즉 이전에는 회사가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감사위원 선임할 때 3%룰이 적용됐다면, 개정상법 하에선 아예 추천 단계부터 3%룰이 적용된 것이다. 해당 개정 상법이 시행됨에 따라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들도 감사 선임에 한하여서는 최대주주와 표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자 기업들이 최대주주가 원하지 않는 감사 선임을 막고자 3%룰 회피수단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일테면 사조그룹 등은 최대주주의 지분을 쪼개서 가족들이나 계열사에 나눠줌으로써 3%로 제한된 의결권을 갖고 있는 지분만큼 늘리는 시도를 했다. 이를 통해 주총 표대결에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 선임을 저지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이런 우회수단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명부가 확정되는 12월말 이후에는 지분 쪼개기가 불가능하다. 즉 작년말까지 지분쪼개기를 해놓지 않은 회사들은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감사 선임 안건이 들어왔을 경우 작년말 기준으로 표대결을 해야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이 된다. 즉 소액주주라도 해볼만한 싸움이 된 것이다.
일례로 SM엔터의 경우 감사선임을 두고 사측과 소액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감사를 달리 추천했다. 주총에서 표대결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지분구조로는 사측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19.02%다. 그 외 주요 주주로는 크리뎃스위스 4.76%, 국민연금공단 6.19%, KB자산운용 5.16%, 얼라인파트너스 0.91%다. 3%룰이 적용됨에 따라 최대주주 3%, 국민연금 3%, KB자산운용 3%, 얼란파트너스 0.91%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의결권 자문기관의 조언을 따를 것으로 보이고, 국민연금은 독자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국민연금의 지지여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판단, 개인투자자의 참여율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비단 SM엔터뿐 아니라 경영권 매각이 이뤄진 한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금호석화 등도 감사 선임을 두고 주주총회에 맞붙을 예정이다.
이처럼 감사 선임이 핵심 이슈로 부상한 것은 그만큼 감사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감사 1명이 이사회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이사회 전체의 의사 결정을 감시, 감독한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이사회가 할 경우 감사는 해당 결정을 내린 이사에 대해 소송 등을 통해서 법적 처벌에 나설 수 있다. 그간 최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을 한 이사회의 거버넌스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일부에선 ‘3%룰’이 기업 옥죄기에 대표적인 법이라 비판한다. 기업경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주들의 바램이 궁극적으로 주가 부양이란 측면에서 기업 경영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견해들이 많다.
한 기관투자자는 “3%룰은 이를 위한 기업 거버넌스 투명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장치다”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이사회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