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출자 사업에 대거 몰릴 듯
잠잠한 M&A 시장에 투자 대신 내부 정리 나선 PEF들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부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본격적인 펀드레이징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진 중소형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조(兆) 단위를 훌쩍 넘든 대형 운용사들의 각축전이 펼쳐진다.
대형 운용사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투자 영역의 확장이다. 바이아웃 뿐아니라 다양한 부문에 투자가 가능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숙제인데, 이 과정에서 운용사들의 계열사 설립, 사업부 분할 등 나름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며 정치적 불확실성도 일정 부분 걷히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출자 사업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역시 가장 먼저 출자 사업에 나선 곳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현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뉴딜펀드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최근 완료했다. 그 결과 대형사 가운데선 스톤브릿지캐피탈·아주아이비투자·SG PE·한국투자 PE 등 4곳이 최종 선정됐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약 2조5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신규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직전 펀드인 로즈골드 4호의 경우 소진율이 약 80%에 달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야놀자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신규 펀드 결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직전 펀드는 2020년 결성된 7000억원 규모의 11호 펀드이기 때문에 조 단위 펀드 결성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PEF 운용사 가운데 가장 먼저 스페셜시추에이션(SS)펀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세번째 SS펀드 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직전 펀드는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새로운 펀드는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JKL파트너스 등 주요 운용사도 올해 조 단위에 근접한 펀드 결성에 나설것으로 보인다. 해외 출자자(LP)로만 펀드를 구성하는 한앤컴퍼니도 새로운 펀드 결성이 필요하다.
올해 초 진행된 뉴딜펀드엔 독립계 대형 운용사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올해 중순경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출자사업부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말부터 국내외 주요 운용사들에게 올해 출자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에 약 8~9곳이 제안서 제출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며 “각 운용사들은 직전 펀드의 소진율 조건이 맞아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출자 사업의 시기를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연초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고,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하락세 등으로 PEF발 M&A 시장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대형 운용사들은 투자 대신 운용사 내부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내부 정리를 위한 고민이 한창이다.
대형 운용사들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제까지의 유동성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펀드의 규모는 갈수록 커졌고 투자 영역이 다변화하면서 각 분야별 전문가 영입 필요성도 높아졌다. 파트너급 인사들간의 지분 정리 문제도 중요한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PEF들의 투자 영역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워졌다. 기관전용투자자 요건만 갖추면 부동산과 기업대출, 메자닌 및 소수 지분 투자 등 자본시장 내 대부분 거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요 PEF 운용사들은 기존 전통적인 바이아웃 투자 방식을 고수하는 펀드 외에 새로운 분야에 투자가 가능한 계열사를 세워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IMM PE가 설립한 IMM크레딧솔루션(ICS), VIG파트너스의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 글랜우드PE의 글랜우드크레딧 등이 대표적이다.
PE부문과 VC부문을 분할해 각각의 전문성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PE와 VC 등의 부문으로 분할한 회사는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LB PE), 스톤브릿지PE(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이 대표적인데 현재 규모가 상당히 커진 VC를 중심으로 이같은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한 국내 PEF 대표는 “수많은 운용사들에서 계열사 설립과 관련한 문의가 오는 것을 비쳐볼때 앞으로 수년간 운용사 분할의 이슈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대비하는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일거리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