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8~90억 이상이면 운용사 70%는 신규설정 못해"
기존 펀드의 신규 설정도 안 돼…'신규 설정규모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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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수습되고 있지만, 사모펀드 업계의 시련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모펀드 판매사들의 빗장이 더 단단히 걸어지는 모양새다. 판매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물론, 전문사모운용사의 재무상황과 트랙레코드 기준까지 높이고 있어 사모운용사들의 신규 펀드 설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16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부터 펀드 판매사들의 장벽이 크게 높아졌다. 펀드 판매수수료가 크게 높아진 데에 이어, 자본금이나 운용자산 규모, 설립 연도에 높은 기준을 두고 있어서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판매수수료가 최소 3~5배 정도는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일부 판매사는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 자본금을 80억원 이상으로 못을 박아두기도 했다. 이전만 하더라도 자본금 20억원인 운용사도 판매사를 구할 수 있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자산운용사 345곳 중 265곳(71%)이 ‘자본금 80억원 이상’ 기준에 못 미친다. 기존에 설정한 펀드도 신규 설정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로 판매나 수탁 수수료가 높아졌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수익자를 더 모아오라고 하거나, 모아오면 수탁고 3000억원 이상이여야 된다고 하고, 운용사 설립 기간까지 깐깐하게 보고 있다”며 “판매사 요구사항을 맞춰가면 또 새로운 요구사항이 등장하니 ‘갑질’을 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사모펀드 신규 설정 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한달에 최대 790개의 사모펀드가 새로 설정됐다. 이후 연이은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2월 신규로 설정된 사모펀드 수는 139개로 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형 판매사마저 허들이 급격히 높아진 이유는 대형사의 신규 설정 기준을 크게 상향시킨 여파다. 최근 대형 판매사들은 펀드 추가설정 혹은 신규설정 기준을 크게 상향 시켜서 신규 운용사를 선별해 계약하고 있다. 이 기준에 못미치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중소형 판매사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고, 대형 판매사보다 시스템이나 전산이 부족한 중소형 판매사들은 운용사 선정기준을 까다롭게 보거나 수수료를 높게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최근 사모펀드 신규 판매 조치를 받은 대형 판매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옵티머스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판매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신규판매 6개월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 세 회사는 사모펀드 판매잔고 상위 5위권에 드는 판매사다. 세 회사의 사모펀드 신규판매 금지 제재 조치가 해제되는 6월까지는 펀드 판로를 뚫어야 하는 운용사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말그대로 사모로 모집하니 수익자도 운용사가 태핑해 판매사가 따로 하는 일이 없지 않냐”며 “판매사들이 깐깐하게 여러 기준을 내세워도 운용사 입장에서는 신규 펀드를 설정이 중요하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다 맞춰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