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발행사 간 줄다리기 예고
공동의결권·적격성 심사 등 난제 해결 관건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마켓컬리가 이달 말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예고하고 있지만 상장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지배력 강화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변수가 생길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통상 예비심사 청구 이전 발행사와 거래소 간 사전협의를 거치지만 본격적인 실사는 심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마켓컬리는 오는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예비심사 청구서를 사전 제출한 상태다. 그간 마켓컬리 상장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이번 사전 예비심사 청구를 통해 거래소와 어느 정도 협의를 마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여전히 마켓컬리 상장과 관련, 회의적인 시각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간 상장을 어렵게 만들어왔던 여러 변수들이 별로 호전되지 않은 까닭이다.
예비심사 청구 이후 심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예비심사를 위한 사전 협의 단계에서는 통상 발행사가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서류만 검토한다. 업계에서 ‘심사 청구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가장 큰 문제로는 김슬아 대표의 마켓컬리 지배력 강화가 꼽힌다. 김 대표는 2020년 말 기준 마켓컬리 지분이 약 6.67%로 주주 명부 상 최대주주인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13.84%)보다 지분율이 낮다. 이에 김 대표는 공동의결권을 통해 약 20%까지 지분율을 높일 계획인데, 이때 보호예수기간을 두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추후 협의가 필요하다. 업계선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3년, 나머지 FI들은 1.5년으로 거래소와 합의를 본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그간 거래소에서는 FI들 역시 최소 2년은 보호예수 의무를 가지도록 요구해온 만큼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동의결권으로만 따지면 보호예수기간은 1.5년인 셈인데, 경영권의 영속성 차원에서 보면 짧은 기간”이라며 “거래소에서 원래는 2년을 요구해 FI들과 협의를 해왔는데, 아직까지 완전히 결론을 내리진 못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문제도 쉽지 않은 문제다. 마켓컬리는 현재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가 최대주주고, 힐하우스캐피탈(12.03%), DST글로벌(10.69%) 등이 주요 주주다. 쟁점은 마켓컬리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를 김슬아 대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최대주주인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가 FI 성격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언제든지 변수는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가 마켓컬리 경영상의 유의미한 행동을 한 이력이 있다거나, 이사 임명권에 영향을 줬다거나 할 경우 심사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 예정기업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거래소 심사 과정 중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거래소 심사 기준에 따르면 상장할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들여다보는 항목 중 ‘최대주주에 의한 경제적 가치 훼손 가능성’이 포함된다. 즉 대주주가 과거에 어떤 이력이 있었는지, 상장 후에도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만한 여지가 있을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펀드더라도 규정상으로는 적격성 심사를 거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때문에 펀드가 최대주주일 경우 거래소에서 펀드를 구성하는 출자자나 투자자 명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상장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에 투자한 LP(기관투자자) 공개를 흔쾌히 동의하는 운용사(GP)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마켓컬리 투자자 중 외국계 기관이 많기 때문에 거래소와 어느 정도 선까지 내역을 공개할지를 두고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