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TSMC의 유일한 대안 격
반면 세트 사업에 '손해'일 경우 갈 곳 애매한 시스템 L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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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 전 경영 진단에 들어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엔비디아의 새 반도체 수주에서도 고배를 마시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차세대 공정인 3나노(nm)에서만큼은 경쟁사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내야 한다는 내부 압박감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흐름으로 볼 때 정작 입지가 불안해진 것은 시스템 LSI라는 분석이다.
지난 수년 동안 반도체 설계와 공정의 분업 체제는 더 뚜렷해졌다.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 결국은 반도체 공장(팹)의 터무니없는 비용 구조다.
반도체 시장의 기술 주기가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반도체건, 파운드리건 매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CAPEX)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 진입할 때에도 매년 적자를 남기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 많이 들어가는 공정 경쟁은 가장 잘하는 사업자에 맡겨두고 우리는 필요한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자는 게 현 분업 구도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메모리 때와 비슷한 전략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선 파운드리 사업부의 한해 설비투자 비용이 영업 현금흐름(FCF)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3년 이상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사업부 내에선 TSMC에 비해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수익성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메모리에서 수십조원을 쓸어 담아 일부는 파운드리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다. 수율 확보와 고객사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면 경영 진단을 통해 바로잡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이렇게 보면 파운드리 공정 미세화 경쟁에서 TSMC와 삼성전자 둘만 남고 모두가 탈락한 배경이 쉽게 이해된다. 회로 선폭을 한 단계씩 좁혀갈 때마다 들어갈 돈은 큰 폭으로 치솟는데, 이걸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사업 안정성을 갖춘 곳이 둘뿐이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하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설비투자가 늦거나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는 등 한 번 삐끗하면 경쟁을 이어가기 힘든 구조"라며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보니 최근 낸드 시장에서처럼 인수합병(M&A)으로 참여자가 줄어들 것 같으면 반도체 기업 모두가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는 거꾸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등 지위가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을 불안해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생산기지의 동아시아 편중은 '안보 위협'이란 식으로 그럴듯한 논리를 제공했지만, 재무적으로는 자살행위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도 인텔 파운드리 문제를 논할 때 인텔의 경쟁력보단 미국 정부가 어디까지 지원할 것이냐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들이 인텔이나 엔비디아에 높은 마진을 안겨주느니 차라리 직접 설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설계도만 있으면 TSMC가 가장 잘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며 "미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는 알 수 없지만 고부가 로직 반도체에서 TSMC 캐파(설비)가 가득 찼을 때 대안은 인텔이 아닌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 2030'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시스템 LSI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시장의 수요를 얼마나 선점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파운드리에 비해 경쟁자가 수없이 많은 탓이다.
관련업계에선 시스템 LSI의 수익성이 대부분 아날로그 반도체인 이미지센서(CIS)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 LSI의 이미지센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소니에 이은 2위다. 그러나 고부가 제품인 로직 반도체에선 존재감이 미미하다. 주력 통합반도체(SoC)인 '엑시노스' 시리즈는 최근 GOS 사태로 다시 한번 평판에 금이 가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세트 사업 경쟁력에 해가 될 경우 시스템 LSI의 로직 반도체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더군다나 로직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응용처는 스마트폰 외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ARM 인수를 추진하던 엔비디아 정도가 여기 대응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지만 단일 기업이 대응할 수 없을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구조적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보다 시스템 LSI의 입지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