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원년…경영진 재무 성과도 필요한 시점
성장 자금 필요하지만…매출 규모 대비 수익성·성장성은 부족
규모의 경제 과제…대기업·대형 PEF 정도만 나설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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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는 ESG 소재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며 전략 방향과 무관한 사업을 정리해왔는데 필름사업(인더스트리 소재 사업)이 마지막 남은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올해는 신임 대표가 부임했고,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원년으로 설정한 만큼 어느 때보다도 필름사업 매각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회사가 필름사업을 내놓더라도 매출 성장성이 크지 않은데다 수익성도 낮은 만큼 원매자들을 찾기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SKC는 1977년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개발한 이래 40여년간 사업을 이어왔다. 글로벌 4위권 사업자지만 최근 산업 내 경쟁이 심화하며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친환경 성격의 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ESG를 중시하는 SK그룹과 SKC의 전략 방향과도 거리가 있다.
SKC는 지난 수년간 비주력 사업 정리에 분주했다. 미래 먹거리인 동박 사업에 진출하며 화학사업,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 등 사업과 지분을 팔아 재원을 마련했다. 팔 만한 것은 다 정리했고, 필름사업 매각이 사업 조정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자산 매각, 투자자 유치,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재무 수단을 활용해 시장 자금을 빨아들였다. 올해도 SK그룹 수뇌부에선 각 계열사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어 이런 기조가 더 심화할 전망이다. SKC는 다른 계열사 대비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SKC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신사업 발굴을 맡았던 박원철 대표가 새로 부임했다.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원년으로도 삼았다. 당장 손에 잡힐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이제는 필름사업 매각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IB 업계에선 크레디트스위스(CS)가 필름사업 매각 맨데이트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C 관계자는 “필름사업 매각은 매년 나오는 이야기지만 현재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C는 작년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5년 내 5조원을 투입하겠다 밝혔다. 이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2차전지와 친환경 소재 육성 자금 1조5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의 현금흐름만으론 모든 투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마지막 카드인 필름사업을 활용할 거라면 최대한 높은 값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SKC 필름사업은 작년 매출 1조1318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포장용 필름 등 수요가 늘면서 2020년(매출 9929억원, 영업이익 631억원)보다 실적이 나아졌고, 디스플레이 필름 수요도 증가세다. 다만 장기적인 성장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반면 이익 기여도는 크지 않다.
필름사업은 일본과 우리나라 업체 외에 인도와 중국의 후발업체가 많아 경쟁 강도도 높다. SKC는 필름사업을 친환경 소재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엔 대상, LX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생분해 신소재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럼에도 필름사업은 기본적으로 범용성이 큰 영역이다 보니 차별화 요소가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범용성이 큰 사업의 성과는 결국 원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경쟁 업체가 많으면 마진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SKC는 투명 폴리이미드(CPI)도 미래 먹거리로 삼아 투자해왔다. CPI는 투명하고 강한 필름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소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SKC는 SKC코오롱PI를 매각할 때도 인수자가 CPI 시장에 진입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후 폴더블폰 커버 소재로 UTG(Ultra Thin Glass)가 각광받으며 CPI 입지가 모호해졌다. 지금까지는 CPI 투자 성과보다는 매몰 비용이 더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SKC가 필름사업 매각 전략을 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낫겠지만 국내에선 마땅한 인후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코오롱그룹이 유사 필름사업을 하고 있지만 처지는 SKC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정리에 고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C 필름사업은 전통 제조업으로 딸린 직원들도 많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인수하든 부담이 작지 않다.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SKC 필름사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다만 대기업에서 분리된 사업을 그대로 안고 가서는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해외 경쟁사나, 밸류체인 앞뒤의 기업들을 사서 붙이는 효율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C 필름사업을 인수해서 성과를 낼 유일한 방법은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며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해외 경쟁사를 사다 붙일 볼트온 전략이 있는 대형 PEF 정도만 인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