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커스터디·PBS 기반 사업 비즈니스 구축 나서
전문 애널리스트부터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운용사까지
“제도화되고 준비하면 늦어”…선제적으로 보폭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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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으로 진입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드는 금융사들이 늘어나면서 제도권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속도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 시장 진출은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물밑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가상자산업을 부수업무로 허용해달라고 요구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4월 초에 전달할 ‘은행업계 제언’ 보고서 초안에는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사들은 선제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 직속 자회사로 가상자산 사업을 전담하기 위한 법인을 설립했다. 일부 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커스터디(수탁) 사업부터 가상자산 PBS까지 가상자산 관련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며 “사실상 조직 세팅을 다 끝내고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가상자산 사업자를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상자산 사업을 자체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만들어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등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가 있는 기업의 몸값은 최소 200억원부터 시작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 사실상 아무것도 없이 준비만 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느니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가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STO(증권형 토큰)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STO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할 해외 석·박사급 인재 채용을 진행했다. 관련 사업 시작에 앞서 컨설팅 기업에 자문을 받고 시장 선점을 위한 내부 스터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에 직접 투자해 지분 6.14%를 갖고 있다.
가상자산 리포트를 발간하는 증권사도 크게 늘었다. 미래에셋증권과 SK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이 관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KB자산운용도 지난 2월 ‘디지털자산운용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펀드 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현·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가상자산을 테마로 한 주식형 펀드 등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가상자산업계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몇 자산운용사들은 운용사 고유자금으로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담고 있다”며 “가상자산이 머지않아 대체자산으로 될 수 있다고 보고 고객 돈으로는 할 수 없으니 고유자금으로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다수 자산운용사들이 공식적인 TF팀을 꾸리지만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스터디는 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의 ‘비’자만 꺼내도 싫어하는 모습에 말을 안 하는 것이지,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앞다퉈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은 높지만 아직까지는 물밑작업에 그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언제, 어떻게 제도권에 편입할 지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해치립스,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했고,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에 지분투자를 했으며, 신한은행은 가상자산 수탁기업 KDAC에 투자했다. 대다수 금융사들이 합작법인이나 자회사 설립의 형식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리스크만 풀린다면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라 금융권에서 조금씩 발을 담그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특히 이 시장은 워낙 빨리빨리 바뀌기 때문에 제도권에 들어선 다음에 준비하면 이미 늦다. 시장 초기에 빠른 진입으로 선점효과를 노리기 위해 준비단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