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는 각종 변수로 주춤…2분기부터는 분주해질 가능성
올해도 IPO·프리 IPO 기대…대기업·PEF 본격 활동 나설 듯
IB 승진 당위성 입증 부담…확실한 먹거리 수임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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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몇 년간 투자은행(IB) 업계는 커다란 부침을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엔 시장이 위축되며 일부 외국계 IB의 한국 사업 축소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작년엔 M&A와 증시가 동시에 초호황을 누리며 IB들도 쾌재를 불렀다. 테크산업이 각광받으며 규모가 작은 거래에서도 후한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골드만삭스는 11년만에 매니징디렉터(MD) 승진자가 나왔고, 크레디트스위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도 MD 승진자를 배출했다.
올해 초 분위기는 작년과 또 다르다. 연말 연초를 거치며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끼었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도 얹어졌다. 국내에선 정책 변수인 대선까지 있었던 터라 대기업은 물론 투자 시장도 관망세를 보였다. M&A는 미뤄졌고, 상장(IPO)이 무산되거나 성사 후 주가가 빠지는 사례가 있었다.
자연히 1분기 IB의 성적표도 이전만 못했다. 특히 M&A 자문에서는 네트워크와 저렴한 수임료를 앞세운 회계법인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 IB들은 어느 한해 큰 성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매년 수수료가 꾸준히 들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승진 잔치의 당위성을 입증하려면 2분기부터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년보다 조용한 1분기를 보냈다고 올해 IB들의 성적표가 작년과 비교해 크게 나빠질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거래들이 여럿 있고,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거래도 많다는 것이다. 돈을 투자하고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PEF), M&A와 재무 성과를 보여야 하는 대기업들의 상황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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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IPO가 주요 먹거리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외국계 IB들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 외에 CJ올리브영, 케이뱅크, SSG.COM, SK쉴더스 등 대어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작년만큼은 아니라지만 올해도 신산업이 계속 각광받는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최근 주관사 선정에 나선 SK에코플랜트도 기대주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지금 IPO 시장이 썩 나쁘지는 않지만 대규모 거래는 쉽지 않고 투자자들고 선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올해도 테크산업 IPO 분위기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한 대기업발 IPO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현대삼호중공업, 11번가 등 PEF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많았다. PEF들의 회수 시기가 가까워지는 상황이라 IB업계에선 시장 분위기가 작년만 못하더라도 이들 기업이 증시 입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상장전 투자유치(프리 IPO) 거래 일감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성장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PEF는 위험 부담을 줄이며 투자할 수 있으니 윈윈하는 거래다. SK온, SK팜테코 등 대형 투자 유치 거래가 올해 중 완료될 전망이다. IB들은 거래 규모 대비 수수료가 쏠쏠한 신산업 기업 투자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M&A는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IB의 주요 고객인 대기업들은 변화에 목마르다. 이마트의 미국 와이너리 인수, SK에코플랜트의 TES 인수 사례에서 보듯 확실한 전략을 설정한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어떻든 움직인다. 정치권과 정책 변화에 민감한 일부 기업들은 자문 계약만 맺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데 이런 변수도 하반기엔 대부분 사라진다.
PEF 자문 일감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유리공업, PI첨단소재, EMK, 버거킹, 바디프랜드 등 대규모 경영권거래 상당수는 PEF 발이었다. 최근 다이얼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MBK파트너스의 올해 행보도 IB 업계의 관심사다. 두산공작기계, 아코디아골프 등 굵직한 회수 성과를 보였는데 롯데카드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카드와 같은 대형 금융사 M&A는 IB간 금융지주사 자문 수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태승 회장이 과점주주로부터 성과 압박을 받는 우리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모두 분위기 전환을 위해 대형 M&A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외국계 IB 관계자는 “PEF들은 주주총회 끝나고 포트폴리오 기업 실적이 확인된 후 회수에 나설 것이고, 대기업들은 늦어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는 움직일 것”이라며 “IB들은 1분기까지 자문 계약을 맺느라 바빴기 때문에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IB 업계에선 대체로 올해 실적 전망을 어둡게 보지 않고 있다. 다만 언제나처럼 치열한 경쟁은 감수해야 한다.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니 조단위 인수 자문보다는 수천억원짜리 매각 자문 선호가 더 강화하고 있다. 작년보다 증시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골드만삭스만 해도 케이카 공모가 하향 조정,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에 최근 IPO 주관 수임 성과도 부진해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 현대LNG해운, 대경오앤티 등 IB들이 의욕적으로 손댔다 성과가 늦어진 사례도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