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평판 높이고 펀드 출자비중 늘리려고 IPO 데뷔 이어져
포트폴리오 공개 못하는 VC, 실적 추정·기업가치 산정 어려워
“주주에 정보 제공 VS 선관주의·비밀유지”…IPO 딜레마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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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에도 벤처캐피탈(VC)들의 상장이 이어질 예정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를 시작으로 L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 다수의 VC들이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처캐피탈의 펀드가 점점 대형화되면서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동시에 운용사의 상장에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VC 업종 특성상 펀드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수 없는데 주주들에 정보 공개를 해야 하는 상장회사의 의무와 충돌되고 있어서다.
7일 VC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는 VC들은 LB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주관사까지 선정하며 상장이 가시화된 곳도 있다. 최근 LB인베스트먼트는 미래에셋증권을,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상장하는 VC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펀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유한책임출자자(LP)들도 업무책임출자자(GP)의 펀드 출자 비중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VC가 펀드를 결성할 때는 펀드 규모의 1%에서 많게는 5% 정도를 출자한다. 1000억원의 벤처펀드를 결성하면 벤처캐피탈은 5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VC 입장에서도 펀드에 출자한 돈이 많을수록 펀드 청산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VC를 비롯한 국내 사모운용사들은 업력이 짧아 자체 자금이 많지도 않고 운용보수도 높지 않기 때문에 자금력이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큰 펀드를 조성해서 큰 성과를 내고, 펀드에 자기자본 출자 비중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는 LP의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어 결국 IPO를 통해 공모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 공모자금으로 본계정이 아닌 펀드 출자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LP와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도 줄이거나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하게 되면 업계의 평판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VC업계에 돈이 넘쳐나고 있어 펀드를 조달할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LP들이 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투명하게 공개된 상장회사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C가 왜 상장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VC들은 LP에게 선관주의 의무를 지고 비밀유지 계약을 맺기 때문에 IPO 과정에서 정보를 공개하는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IPO 자문에 정통한 변호사는 “사모운용사들의 선관주의 및 비밀유지 의무와 주주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가 충돌하는데 한국거래소에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고 자율적으로 맡겨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해 운용사들이 상장할 때에는 어느 정도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투자자가 알기 힘들고 포트폴리오를 알더라도 어느 비중으로 어느 가격에 들어갔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투자기업 10곳 중 절반 이상이 크게 잃고 2개 정도 대박을 보는게 우수한 펀드인데, 재무재표를 봐도 투자기업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규제 체계는 오히려 상장 VC들의 공시를 최소한으로 하도록 권고하는 분위기다. 펀드 조성 내용이나 개별 포트폴리오의 투자수익을 공시하면 운용사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거래소는 오히려 자유공시 사안인 것도 보수적인 입장에서 하지말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개별 포트폴리오의 투자수익이 전체 운용사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도로만 공시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VC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도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모다 보니 포트폴리오가 공개될 수 없다. 국내에 상장된 VC들을 피어그룹으로 산정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있다”며 “언론보도나 IR자료를 통해 공개된 내역들로 추정하고 실적을 계산하는데 모든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지 않아 기업가치에 완전히 녹이지는 못하는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피어그룹을 산정하더라도 각 VC마다 포트폴리오도 다르고, 포트폴리오가 일부 공개되더라도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VC가 각각 마켓컬리와 당근마켓에 투자하는데, 마켓컬리와 당근마켓의 업사이드나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정해진 것이 없다.
이제는 VC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VC 상장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조성하는 펀드의 사이즈가 작아 이익 변동성이 컸고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다올인베스트먼트나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몇몇 VC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며 “VC의 이익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상장 VC의 투자 메리트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