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 부합한 시공사와 규모 맞추자니 대주단 눈치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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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파로 증권사 부동산 PF 부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증권사가 시행사와 함께 부동산 PF프로젝트를 위해 대주단 모집에 나섰으나, 정작 시공사들이 계약 체결을 미루거나 심지어 계약해지까지 내세운 탓이다.
이로 인해 기껏 대주단한테 돈은 받아놨는데, 시공사랑 계약 체결이 꼬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는 작업장 곳곳에서 공사를 멈춰야 할 위기를 맞고 있다. 자재값 상승 여파가 커지면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사 대금 20% 인상 요구도 나왔다. 전국 건설현장 30여 곳에 공사 보이콧도 강행됐다.
일부 건설사는 자재 및 인건비 인상을 반영하고자 이미 계약한 사업장에 대해 공사계약을 다시 하고 있다. 도급계약을 할 때 건축공사비지수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포함한 사업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지는 자재 가격 폭등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부동산 PF사업을 추진하던 증권사 관련 부서들은 예기치 못했던 ‘20% 공사대금 인상 변수’에 검토할 수 있는 사업장들이 대폭 축소되었다고 토로한다.
개발사업에 대한 수익성 분석은 부동산개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업 타당성이 충분해도 수익성이 없으면 민간사업부문에서 채택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증권사 PF부서 관계자는 “3개월 전 평당 520만원 했던 주상복합이 현재 580만원까지 상승하면서 10%였던 사업수지가 현재 4%대로 내려갔다. 공사비 증가에 따른 총 사업비 상승으로 시행사의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에쿼티 투자를 했던 증권사들도 리스크가 커진다”라고 말했다.
시행사와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PF 관계자들은 시공사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재값이 높아지고 재고 물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시공사들은 이익을 낮추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반면 증권사는 어떻게든 PF 사이즈가 비슷한 시공사를 물색해 사업수지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PF 주선사들이 대주단과 시공사 중간에서 난처해지기도 한다.
대주단은 시공사의 네임밸류와 레벨을 원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시공사는 낮은 원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다고 원가를 맞춰줄 시공사들은 도급순위나 회사 신용등급이 대주단이 보기에 해당 프로젝트를 맡을 수준이 아니다. 사실 대주단으로서는 준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PF대주단의 대출금을 시공사가 모두 책임을 지고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사업을 진행하려면 대주단과 시공사 사이에 낀 PF 주선사과 시행사가 수수료를 낮추면서 대주단과 시공사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증권사 PF 부서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선 사업을 한 번만 할 게 아니라서 시행사와 더불어 이익을 줄이더라도 대주단과 시공사 입장을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