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출자는 유지 또는 확대 전망
수 차례 투자사이클 경험하며 우수운용사 풀(POOL) 확대
우수운용사 선정 진입 장벽도 낮아진 효과
국내 주요기관투자가 수시출자 확대 가능성도
출자 특혜 시비 줄이고 공정성, 투명성 담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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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의 정시출자 규모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금리 상승을 비롯한 대외 변수가 산적해 있고 지난 수 년간 투자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국내외 기관투자가(LP)들이 다소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시출자 규모는 줄었으나 국민연금은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우수운용사를 대상으로 수시출자는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정시출자와 투자금 회수의 사이클을 수 차례 경험하면서 개별 운용사들에 대한 풀(POOL)을 확보했고 해당 운용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출자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올해 국민연금의 정시 출자 규모는 PEF부문에 5000억원(3곳), 벤처캐피탈(VC) 부문에 1500억원(4곳) 등 총 6500억원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PEF부문 6000억원, VC부문 1500억원, 공동투자펀드(Co-investment) 부문 6000억원, 코파펀드(Corporate Partnership)에 50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PEF 부문에서만 1000억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국민연금은 출자 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출자 사업에 참여할 의향을 타진한 바 있다. 올해엔 대형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존 국민연금이 메인투자자(Anchor LP)로 참여한 펀드의 소진율이 기준에 못미치는 곳도 다수 나타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출자 규모를 다소 축소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과거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의 소진율이 60%를 넘어야한다.
정시출자 규모는 줄었으나 일정 수준의 요건을 갖춘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출자는 지속, 그리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시출자 사업은 운용사들이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기관투자가에게 출자를 요청하고 기관투자가들이 내부 심사를 통해 경연을 거치지 않고 출자를 승인하는 것을 일컫는다. 운용사 입장에선 일명 뷰티컨테스트, 즉 정시출자 사업에서 서류심사를 비롯한 타 운용사들과 경쟁해야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도 현재 수시출자 제도를 도입해 일명 우수운용사들에 서류심사를 면제하는 제도를 운영중이지만 상당한 업력을 보유한 운용사들 외에는 해당 풀(POOL)에 합류하기 쉽지 않았다.
당초 국민연금 우수운용사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선 청산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약 12%를 넘었어야 하지만, 현재는 펀드를 청산하기 전이라도 국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기대 수익률이 12%를 넘으면 우수운용사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즉 펀드 내에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포트폴리오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하거나 수익률이 제로(0)에 가깝더라도, 전체 펀드의 수익률이 12%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운용사들이 주요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은 우수운용사 현황에 대해선 공개하기 어렵단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과거에 비해 PEF, VC 분야에서 우수운용사에 해당할 수 있는 GP가 상당히 늘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시출자 형태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에선 보편화한 형태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에선 출자사업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 등에 상당히 예민한 탓에 이 같은 출자사업이 글로벌 기관들에 비해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가들에 출자를 받기 위해 경연을 거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며 “국민연금이 수차례 투자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일정 기준 이상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운용사들의 풀을 확보했고, 해당 운용사들과의 신뢰 관계가 쌓이면서 수시출자 사업의 확대 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국내 주요 연기금, 공제회의 출자 사업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외 변수들에 주목하며 대체투자를 비롯한 각 분야의 출자사업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시출자 사업을 확대하기보단, 선별적인 투자 활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수시출자 활성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수 년간의 업력을 보유한 대형운용사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신생 또는 중견·중소 운용사들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과 일부 운용사에 대한 특혜 시비도 불거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순 없다. 따라서 보다 명확한 출자 기준을 확립하고 출자 사업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의 입장에선 매년 반복되는 출자 사업에서 이미 명망있는 대형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레코드가 비교적 부족한 운용사들간의 경쟁을 통해 실효성 있는 출자사업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한 PEF 운용사 대표급 관계자는 “리그가 나눠져 있긴 하지만 각 분야별 경연에서 과정에서 이름난 몇몇 곳이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수시출자가 활성화하면서 의미 있는 경쟁을 통해 우수한 운용사들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