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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투자자들이 계속되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몸을 사리고 있다. 큰손들이 벤처캐피탈(VC) 투자 빗장부터 걸어잠그는 가운데 미국으로 법인을 이전한 국내 스타트업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 중이다. 관련 자문을 이어온 법무법인들은 최근 스타트업들의 본사 해외 이전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한다.
최근 투자업계에선 작년과 달리 스타트업들의 플립(Flip·본사 해외 이전) 의지가 크게 꺾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플립은 한국 법인의 주주 구성 및 지분 비율을 그대로 미국 신규 법인으로 옮기는 것으로, 투자유치 시 국내에서 받는 밸류보다 훨씬 높은 밸류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가들에 인기를 끌었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플립에 대한 호기심은 창업가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으로 본사를 두는 게 유리하다는 이야기에 동해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양도소득세 계산까지는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결국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활발한 유동성에 시도하는 곳들이 꽤 있었는데, 올해는 사실상 거의 '0'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차원보다는 금리 인상 등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모습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역대급 호황을 누려온 VC시장조차 펀딩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VC의 투자규모는 지난해 4분기 대비 26%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긴축 기조 강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탓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펀딩 규모를 줄이는 만큼 앞서 플립을 강행한 국내 스타트업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투자유치 성사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는 건데 "이들의 근황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부터, 원하는 기업가치에 펀딩을 받지 못할 바에 투자유치는 잠시 미루고 버티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나스닥과 NYSE(뉴욕증권거래소) 대형주들도 주가가 빠지는 마당에 어느 투자자가 미래가 불투명한 초기 스타트업에 돈다발을 들고 와 러브콜을 보낼 수 있겠느냐"는 한 변호사의 발언이 최근 투자업계 일반적인 시선을 반영하는 듯하다.
자문 변호사들이 이 같은 변화를 마냥 꺼리는 것만은 아니다. 해외기관과도 지속 소통해야 해 밤낮 구분이 없을 때가 많았던 만큼 번거로운 잡무(?) 중 하나가 줄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부티크 로펌 변호사들에 따르면 스타트업 플립 자문은 대기업 등 다른 고객군에 비해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 대비 얻는 게 그리 크진 않다.
플립은 서류 업무가 비교적 까다롭고 주주간 계약에 따라 투자사들에 동의권을 얻는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한 면이 있다. 더욱이 플립을 고려하는 곳들은 대개 세금 부담으로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초기 스타트업들이기 때문에 자문 비용이 대체로 높지 않다.
입력 2022.04.19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4월 14일 16:0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