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고객이 접근 어려운 글로벌 금융상품 투자 길 열려
국내 운용사들도 해당 플랫폼 제휴 및 전략적 투자 원하지만
이들의 높아진 몸값에 발만 동동
-
국내 자산운용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금융상품으로는 눈이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어서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 금융시장의 ETF 상품 뿐 아니라 주식, 채권펀드 나아가 PEF, 헤지펀드 상품을 유치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펼져지고 있다.
최근엔 해외 핀테크 플랫폼과의 제휴가 하나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다만 이 시장도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인기 상품에 접근이 가능한 플랫폼과의 제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몸값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태여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금융상품의 국내 중개 및 판매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까닭이다. 채권 상품은 기관들마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고 있고, 주식은 활력을 잃었다.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보다 투자 상품이 한정적인 국내에선 시장환경이 요동칠 때 투자할만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ETF 전문 운용사인 앰플리파이 지분 인수 등이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다. 앰플리파이는 블록체인, 온라인리테일, 고배당인컴 등 다양한 ETF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액자산가 및 퇴직 자금을 굴리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출 만한 상품을 찾기 힘든 판국이다. ETF 상품이 개별 종목보다는 안정적이긴 하지만 시장의 상황에따라 ETF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맛에 맞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에서 선보이는 주식, 채권 및 자산배분형 펀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일은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일례로 블랙록 등이 역외에서 신규 출시하는 펀드를 국내에 들여오는데만도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해외 핀테크와의 제휴다. 일부 해외 핀테크 플랫폼사들이 성장하면서 훨씬 빠르고 편하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홍콩의 핀테크 플랫폼 회사인 프리베(Prive)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주식, 채권펀드를 개인 고객에게 발빠르게 공급한다. 프리베 플랫폼을 이용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신규 상품에 발빠르게 투자할 수 있다. 씨티은행이 PB(프라이빗뱅커)는 줄여도 프리베와 구축한 해당 시스템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프리베와 전략적 제휴 및 지분투자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대체투자 상품에도 투자할 길이 열리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플랫폼인 아이캐피탈네트워크(i Capital network)가 '기관들만의 리그'였던 해외 대체투자의 장벽을 허물면서 미국 및 홍콩 등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이캐피탈네트워크는 2013년 설립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미국 핀테크 회사로 대체투자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칼라일, 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PEF뿐 아니라 세계 톱 수준의 헤지펀드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캐니언파트너스 등이 운용하는 펀드에 개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일례로 아이케패탈네트워크에서 가입이 가능한 밀레니엄 헤지펀드의 ‘밀레니엄 인터내셔널 헤지펀드(Millennium International HedgeFocus Fund)의 경우 1990년에 설정한 이례로 연평균 수익률은 12%가 넘는다. 30년이 넘는 기간 운용되면서 연평균 편드 수익률 변동성은 4%에 불과하다. 즉 매년 두자릿수의 펀드 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인 셈이다.
아이캐피탈파트너스와 같은 핀테크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는 미국의 개인들도 이런 펀드 가입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나마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의사가 없을 때 제한적으로 개인의 자금을 받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거래가 가끔 일어날 뿐이었다. 하지만 아이캐피탈파트너스가 개인들의 자금을 모아 이들 펀드의 주요 투자자(LP)로 거듭나면서 개인들에게도 PEF와 헤지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밀레니엄 펀드 같은 경우 최소 50억~100억원은 출자해야 해서 개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라며“하지만 아이캐피탈파트너스가 생기면서 개인도 1억원 정도만 해당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를 바탕으로 아이캐피탈파트너스는 최근 2~3년새 몸집을 크게 불려 현재는 약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당 시장을 눈여겨 보며 이들과의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에서 너도 나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펀드의 일정부분을 받아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아이캐피탈파트너스의 플랫폼은 현 시점에서 미국인에게 한해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대안 중 하나로 일부 국내 운용사들이 아이캐피탈파트너스와 같은 핀테크 플랫폼에 전략적 지분투자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이캐피탈파트너스의 몸값이 최근 너무 올라가서 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불과 4~5년 전만 해도 아이캐피탈파트너스가 국내와의 접점을 가져가려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아이캐피탈파트너스 같은 핀테크 플랫폼의 위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들의 성장을 눈여겨 보고 있지만 이들의 몸값이 너무 올라서 지분투자도 쉽지 않은 판국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