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버블 붕괴…투자유치 의존 대신 자체 현금창출 요구
증시 투자자 설득 필요한 컬리·쏘카, 사업 다각화 숙제의 두나무
신입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들은 안정권 진입 위한 펀딩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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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은 18곳이다. 성장 기업의 가치를 실적만으로 따지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한국형 유니콘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또는 “이익을 내야 한다”는 전통적인 기업의 본질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유니콘 기업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다만 유동성이 말라가는 시점, 대외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전보다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돈 버는 기술’보단 성장과 확장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과연 IPO를 통한 투자금회수(엑시트) 수단이 앞으로도 유효할 지에 대한 고민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비상장 기업들의 구조조정, 인력감축, 기업가치조정 등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폭락하기 시작한 주식시장에 성장성에 주목받던 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했고,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손실을 기록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
주식시장의 버블이 꺼져가는 상황. IPO가 아니면 투자금을 꾸준히 유치하거나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야한다. 결국 현재의 유니콘을 바라보는 시각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니면 ‘돈을 언제 벌 수 있을까?’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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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이 사라져가는 컬리…여전히 큰 기업가치 괴리감
신선식품 시장에 새벽 배송이란 재료로 혜성처럼 등장한 컬리는 투자자들의 손을 거치며 그 신선함이 일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컬리의 매출액은 전년과 비교해 약 1.6배를 기록했다. 다수의 유니콘 기업들이 그러하듯 컬리 또한 지난해 가파른 비용의 증가가 나타나며 지난해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80%이상 늘어났다.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6%(-1384억원), 마이너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48.7%(-873억원) 증가했다. 컬리가 기록한 지난 3년(2019~2021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약 4200억원이다.
2020년 약 591억원이던 임직원 급여는 지난해 1676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운반비(120억→274억원)와 지급수수료(465억→815억원) 또한 전년 대비 각각 2배가량 늘어났다.
마켓컬리 측은 비용 증가와 관련해 “실제 비용상승에 따른 손실 아닌, 우선주를 부채로 인식함에 따른 회계상의 착시이다. 지난해말 모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장부상 손실은 이미 해소했고, 올해부턴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컬리가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는 현재로선 과연 컬리가 기대하는 가치를 캐피탈마켓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화두다.
컬리에 대한 출자를 검토했거나, 추후 투자를 검토하는 투자자들의 의견도 현재로선 IPO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먹튀'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교기업인 쿠팡의 주가흐름이 관전포인트. 최근 쿠팡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리테일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필이 가능하다”
“테헤란로에서 찍어놓은 가치와 캐피탈마켓에서 인정하는 가치의 괴리가 여전하다”
◇토스 “당장 적자는 문제가 아니다” VS 수익을 보여줘야 할 때
10조원 이상, 최대 20조원까지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만년 적자 기업중 하나이다. 매출액은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역시 적자폭도 그 만큼 커지고 있다. 토스의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적자금액은 3675억원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은 7810억원으로 전년(39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영업손실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의 영업비용(4620억→9600억원)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재무제표상 나타난 비용 가운데 가장 큰 증가는 컬리와 유사한 급여(401억→563억원)와 지급수수료(871억→1111억원), 광고선전비(389억→478억원) 등이다.
물론 토스와 컬리와 같이 매출액 증가가 비용 증가와 유사한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사실 이 같은 비용의 증가가 사업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기업도 있다. 미국의 원클릭 결제 시스템 업체 패스트(FAST)가 대표적으로 사업 중단 직전까지도 인력 채용에 나섰고, 연 매출 60만 달러(약 7억원)를 기록하던 회사는 한 달 인건비로 1000만달러(120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토스의 전략은 당장의 흑자전환보단 사업 확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회사 측은 “뱅크나 증권 등 새로 시작하는 사업들이 있었기 때문에 연결 인식으로 적자가 늘었다. 당장 적자가 큰 문제는 아니다. 아마존도 흑자전환까지 15년 걸리지 않았나. 신사업 진출에 있어선 사업확장이 우선이다”며 “성장을 겪다가 어느 단계에선 흑자전환이 될 것이라 보고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보다 냉정하다.
“적자는 타깃 고객층의 문제다. 20~30대가 주다 보니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설립한 지 꽤 됐고 사이즈도 커졌다. 성장성에 그간 높은 평가를 줬다면, 이젠 수익창출도 보여줘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금감원 규제는 이미 수시검사 대상에 진작 들어왔어야 했다. 그게 전통 금융권의 시각이다”
“지난해 말 거의 2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사업모델도 대체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큰 기대를 주진 못하고 있다”
“기관도 그렇지만 고액자산가들에 특히 있기 있는 주식이다. 오퍼레이션이 헤비하지 않고 컨셉이 명확하단 점이 미국 자본시장에 인기를 끌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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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전환 기로? 쏘카 “더 빠른 성장에 집중”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모빌리티 플랫폼 가운데 가장 먼저 증시입성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SK와 롯데와 손을 잡으며 두 대기업과의 시너지, 투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매출 규모의 성장세는 여느 유니콘 기업들과 비교해 드라마틱하지 않다. 2020년 약 2598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쏘카는 지난해 28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했다. 여전히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매출액 상승분만큼 영업 비용의 증가(2352억→3010억원)가 나타났다. 역시 급여(211억→253억원)와 광고선전비, 복리후생비 등이 늘어났고, 업종의 특성상 감가상각비도 증가했다.
회사측은 “올해는 수익성을 위해 노력하겠으나 당분간 더 빠른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다”며 “당분간은 시장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상장을 눈앞에 둔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밸류에이션에 집중된다.
“지난 해말 투자 유치 과정에서 거론된 밸류에이션은 약 2조5000억원인데 (투자자 측은) 이에 절반 정도만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손정의(소프트뱅크)를 거론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려 하는데 투자자들도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는 모양새였다”
“쏘카가 타다(VCNC)를 떼낸 것도 IPO를 위한 작업이다. VCNC가 붙으면 적자 규모가 너무 커지게되니 상장을 위해 연결(재무제표)에서 떼내기 위해 토스에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업부까지 인수한 직방…상장 시기 놓쳤나?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부동산 중계 플랫폼 직방은 지난해 8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매출은 100억원 증가했는데 영업비용은 230억원가량 늘어났다. 대부분의 비용 항목이 증가한 점은 여느 유니콘 기업과 유사하다. 삼성SDS의 홈 IoT사업을 인수하며 유의미한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직방 측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이 500억원을 넘기며 정체기에서 벗어났다. 손실은 새로운 사업운용 자금 및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인력충원에 때문이다. 개발자 수요가 커지며 초봉을 8000만원까지 인상했지만, 결국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다”고 했다.
꺼지고 있는 IPO 시장의 열기에 직방이 상장 시기를 다소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직방이 유니콘에 등극하자마자 상장했더라면 밸류를 인정받기 수월했겠지만, 지금 시장에서 IPO를 한다고 했을 때 밸류가 될까하는 의문 남아있다. 관건은 성장이 뒷받침되느냐인데 문제는 정체돼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우리는 돈 잘벌어요…사업다각화 숙제 남은 두나무
모든 유니콘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매출과 매출규모와 유사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회사측은 “작년 유독 가상자산 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성장을 했다. 매년 경영전략 방점을 찍진 않는다. NFT와 메타버스를 중점으로 본다. 하이브와 합작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는 글로벌 진출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했다.
역시 시기적으로 우호적인 사업 환경 속에 양호한 흐름 속에서 나타난 실적이기 때문에 사업다각화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출이 커 실탄이 많은 것은 좋게 본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에 치우친 점은 아쉬운 점이다”
“이제는 매출원 다각화에 나서야 할 때다. 하이브와의 협력이 당장은 매출에 미미해도 매출원 다각화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아직은 투자유치에 집중하는 대기주자들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곤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에겐 당장의 펀딩이 더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유니콘 대열엔 꼈지만 안정권에 들지 못한 곳들이 상당수다. 유니콘 기업들이 단기간 급속도로 늘면서 특별하고 이례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던 과거와 달리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 게 사실이다. 확실한 입지로 도약하기 위해선 결국 퀀텀점프 시켜줄 큰손의 러브콜이 절실하다. 대체로 이 단계에선 국내 대형 VC 이외에도 외국계 운용사 초청이 늘기 시작한다.
현재 국내 유니콘들은 대체로 기업가치 4조 미만대에 머물러 있다. 마켓컬리(4조원)와 트릿지(3조6000억원), 당근마켓(3조원) 등이 4조원 수준에 가장 근접해있고, 대부분은 1조원대에 상당수 포진해 있다.
예비 유니콘 기업들은 코앞에 둔 유니콘 등극을 위해 추가 투자유치가 절실하다. 에이블리(9000억원), 오늘의집(8000억원), 뮤직카우(8000억원), 한국신용데이터(8000억원), 그린랩스(8000억원), 뮤직카우(8000억원), 런드리고(7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기 위한 한 번의 투자유치만을 앞뒀다.
이들은 모두 "일단은 외형확장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치한 투자금은 대체로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쪽에 지출되고 있다.
리벨리온 "이제 설립된 지 20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상반기 중으로 펀딩을 마무리할 계획인데, 이게 돼야 의미있는 내용들이 나올 수 있다. 투자자들도 당장의 매출을 주된 판단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뮤직카우 "작년 영업손실이 컸던 이유는 음악저작권에 대한 투자가 컸다. 당장의 흑자전환보다는 투자에 집중하고 싶다"
마이리얼트립 "현재 1000억원 펀딩 목표로 IR 중이다. 투자유치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