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금융지주와 격전 예고, 손보도 카카오등 경쟁 심화
삼성증권·카드 매물 출회 가능성 끊임없이 거론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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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 금융사의 명성이 이전과 같지 않다. 보험사들은 압도적 업계 1위란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 카드 등 다른 금융계열사의 존재감도 약해지고 있다. 부진한 주가에 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만 있다.
삼성 금융사들이 통합앱 ‘모니모’를 출시하고, 브랜드 통합에 나선 건 그만큼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통합앱이 출범했지만, 반쪽짜리란 평가가 많다. 경쟁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삼성 금융사는 금융당국에 발목이 잡혔다.
발단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에 기관경고와 함께 과징금 1억5500만원 등을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은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마이데이터 등 신규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니모를 통한 통합앱도 어디까지나 삼성 금융사들이 가진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맏형인 삼성생명에 발목이 잡혀 금융계열사 전체적인 신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생명보험업에서의 존재감도 예전같지 않다. 삼성생명은 아직 업계 1위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영향력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초회보험료 기준 40% 이상 점유율을 가져가는 압도적인 업계 1위였지만 최근에는 20% 초반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생명보험업에서 금융지주의 도전이 거세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해 출범한 신한라이프가 지난해 출범하면서 삼성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KB금융그룹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을 결정하고 해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빅3(삼성-한화-교보) 중심의 생명보험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의 우산 아래 계열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고객 유치에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의 특성상 장기보험 가입자가 많고 안정성 측면에서 금융지주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라며 “빅3 체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한때 8만원 넘으며 주가가 회복하나 했더니 다시 주가가 빠져 현재 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컨센서스를 10%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 기조 속에 보증준비금이 증가해 변액보증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고도 중장기적으로 보험산업 성숙에 따른 성장에 대한 의문부호와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제외하면 삼성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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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주가가 올랐던 요인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부각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화재의 상황도 삼성생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신사업 추진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다. 카카오와 함께 디지털 손보사 합작 법인을 설립하려고 했지만, 양측의 이견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카카오는 독자적으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고 삼성화재와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아직까진 규모나 업력 면에서 삼성화재와 비견할 바가 아니지만, 카카오가 보여준 그간의 행보를 보았을 때 파급력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삼성화재와 카카오는 인재를 빼 오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당장 삼성화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50% 이상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점유율이 40%대로 빠졌다. 2위권 보험사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빠르게 온라인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턴 빅테크 기업과의 전면전을 치워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앱 출시도 디지털 경쟁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크다는 해석이다. 전체 시장점유율에선 2위권 보험사들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한때 30%에 이르던 해당 점유율이 20%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화재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화재에 대해 ‘강점이 단점으로’라는 리포트를 냈다. 해당 리포트에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4분기 배당 성향 축소 결정으로 훼손된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고 있지 않다”라며 “낮은 ROE를 정당화시켜준 주주환원 정책 후퇴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지속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해 배당 성향을 45.5%로 결정하면서 과거 제시한 3년 내 배당 성향 50%의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른 실망감으로 증권사들을 일제히 목표가를 줄하향했다. 치열해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증권과 카드는 역시 존재감이 압도적이진 않다. 삼성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빅5' 중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낮은 편에 속했다. 자산관리(WM) 강세는 여전하지만, 기업금융(IB) 부문은 수 년간의 집중적인 투자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16.2%로 1위 신한카드(19%)와의 격차는 크게 좁히지 못했고, 오히려 3위 KB카드(15.3%)로부터 바짝 추격당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주가도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증권과 카드는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보유할 가치가 있는지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물음표가 제기되는 금융사”라며 “삼성 금융사가 보험 중심이란 점에서 이들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승계 이슈 등에서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계열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