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예탁증서(DR) 활용 방식 유력 거론
엔데믹 본격화 시점, 수혜 여부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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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3분기 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야놀자 상장 주관사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 중이다. 상장지는 미국 나스닥으로,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증시 입성이 예정됐다. 상장 시점이 거의 임박해 있는 만큼 IPO 준비는 사실상 거의 마친 상황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상장 여부와 시점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어왔다는 입장이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3분기 나스닥행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야놀자는 앞서 2020년 국내 상장을 목표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후 상장 행선지를 미국으로 선회하며 지난해 9월 외국계 투자은행(IB)들로 재선정을 마쳤다. 국내 증권사들은 야놀자 나스닥 상장이 개시될 시기 추후 공모 주관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다.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 등극이 확실시된다. 야놀자는 작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대 투자(구주 및 신주)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8조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소프트뱅크의 야놀자 투자는 쿠팡에 대한 30억달러(3조4455억원) 투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였다.
야놀자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은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대 차원에서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비전펀드 또한 현재의 2배 이상 수익률을 목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2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DR(Depositary Receipts·주식예탁증서)을 활용해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내 법인의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맡기고, 해외에선 이 예탁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DR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나스닥 상장 해외 기업은 거의 예외없이 DR 상장 방식을 택했다.
해외로 법인을 전환하는 플립(Flip)이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등의 방식은 주식 교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양도세 부담이 막대해 활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DR의 경우 미국법상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실행 과정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야놀자 상장 임박 소식에 흥행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외 증시 조정으로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다. 흥행 전망이 밝지 않아 당장은 기업들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을 전망하려는 와중 야놀자의 빠른 상장 추진에 관심이 모인다.
증권가에선 엔데믹(Endemic)이 본격화하는 3분기, 대표적인 항공·여행 플랫폼인 야놀자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외 항공사들이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로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국제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 경우 야놀자에 각각 출자한 펀드들의 수익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 주주들이 비전펀드에 구주 일부를 매각했으나 여전히 잔여지분을 보유 중이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싱가포르투자청(GIC), 부킹홀딩스,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야놀자 대표주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