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성과급 분배규정 발목…법정공방 유력 트리거
구조조정은 거버넌스 효율화와 성과급 체계 개편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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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업계 성과보수 논쟁이 본격적인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가 조직개편 등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두 벤처투자 조직 중 한 곳은 본사로 귀속, 다른 한 곳은 일반 VC가 아닌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형태로 전환하는 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잇단 분배갈등에 'VC 내재화'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그룹 내 벤처캐피탈(VC) 조직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개편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본사로 흡수, 카카오벤처스는 CVC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 산하 VC지만 운용펀드에 외부 출자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일반 VC로 분류돼 왔다.
카카오는 작년부터 벤처투자 조직 일원화를 검토해왔다. 본사 투자팀과 더불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 등 VC 조직까지 별도로 있다보니 그룹 투자 여력이 분산된다는 고민이 있어왔다. 결국 2012년 설립된 케이큐브벤처스 시절부터 카카오의 스타트업 육성에 힘써온 카카오벤처스 중심으로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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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한 성과급 분배 갈등도 VC 개편을 앞당긴 촉매제가 됐다. 성과급 미지급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서 관련 잡음이 추가로 나오기 전 조직을 내재화 해 성과체계를 개편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카카오벤처스의 두나무 투자를 이끈 주역인 임지훈 전 대표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임 전 대표는 "케이큐브제1호투자조합펀드가 작년 10월 청산됐음에도 약 900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2015년 당시 지급 약정이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점을 들어 지급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와 퇴사한 심사역 간 성과보수를 둘러싼 법정공방인데다 소송 규모도 막대해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가운데 카카오만의 이례적인 분배 문화에서 비롯된 갈등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임지훈 전 대표는 퇴사 과정에서 성과보수에 대한 계약조건을 수정하면서 사실상 확약을 받았는데 당시 업계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미국 VC나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몇몇에선 퇴사 후에도 펀드 성과보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지만 국내 VC에선 사실상 전례가 거의 없었다. 성과보수가 펀드 청산 시 지급된단 점에서 청산 전 퇴사하는 심사역은 대개 성과보수를 포기해왔다.
회사는 임 전 대표의 투자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VC와 다르게 투자에 카카오 브랜드 파워 개입이 크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통상 포트폴리오 기업의 밸류애드(Value-add)는 개인 심사역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편이나 이 경우 카카오라는 브랜드 파워가 실제 투자를 성사시킨 주된 요인이라 보는 것이다. 이를 둔 업계 반응은 분분하나 실제 두나무 투자 성사도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업 등의 기대가 주효했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그간 일반 VC를 운영하면서 성과급 분배갈등 및 인력 줄퇴사와 같은 문제를 겪어왔다. 다른 하우스와 달리 이례적인 성과급 문화에 발목잡혔다는 시선이 내부에 일부 있었고, CVC로의 개편도 이 같은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VC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엔 앞서 발표한 상생안 로드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이달 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벗기 위해 올해 내로 계열사 30~40개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성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핵심사업과 벗어난 계열사는 계속 정리할 것"이라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