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필요한 보험사…올해 발행액 2.3조에 발행금리도 4%대로 상승
한화손보·KDB생명·농협생명 등 일부 보험 RBC비율 150% 방어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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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인상 여파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가격이 떨어진 탓에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계획을 앞당기며 올해 들어 자본성 발행액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서며 자본성증권 발행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손해보험, KDB생명 등 자본성증권 잔여 발행한도가 충분치 않은 일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관리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한국기업평가는 '금리상승이 초래한 RBC비율 급락,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에 불을 붙이다' 리포트를 통해 보험사들의 1분기 RBC비율이 평균 30%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고채 10년물의 1분기 상승 폭인 72bp와 금리부자산의 가치감소분을 추정한 결과다.
한기평은 1분기 금리상승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RBC비율 평균 낙폭을 각각 40%p, 22%p로 추산했다. 보험사들의 투자자산에 채권 비중이 높고 채권 듀레이션(원금회수기간)이 평균적으로 10년 내외로 길기 때문에 평가손실 확대와 RBC 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리 상승이 예상치를 벗어나자, 보험사는 RBC비율 방어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자금확충 계획도 앞당기고 있어 올해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한해 동안 보험사들이 발행했던 자본성증권 규모 2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본성증권 발행금리 역시 상승했다. 작년까지 3%대 발행이 가능했던 AA급 후순위채는 올해 들어 대부분 4%대 금리로 발행되었다. 농협생명은 3월과 4월 연달아 표면이율 4.35%와 5.1%로 발행했으며, 한화손보는 4.9%의 표면이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보험업계의 자본성증권 발행물량은 RBC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을 것”이라며 “K-ICS 도입 이전에 발행한 자본증권은 K-ICS 기준상 자본인정 한도로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경과조치도 자본성증권 발행 유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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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마다 RBC 비율의 금리민감도는 크게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마다 시가로 평가하는 금리부자산(채권 등)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채권 등 금리부자산 중 시가로 평가하는 자산(당기손익인식증권, 매도가능증권)의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금리부자산의 듀레이션이 긴 점도 RBC 비율의 금리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시가평가 대상 금리부자산의 비중이 RBC비율 변동 폭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DGB생명, 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일부 보험사들의 최소 RBC비율의 방어가 위태롭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보험업법에 따라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등이 이어진다.
한기평은 “DGB생명과 농협생명, 한화손보는 2020년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유가증권 계정 재분류를 하며 2022년까지 만기보유증권 계정을 사용할 수 없다”며 “이들 모두 1분기에 자본성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가용자본을 확충했지만 금리상승 영향을 상쇄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채권 계정 재분류는 한번 바꾸면 향후 3년간 재분류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최근 보험사들은 저금리 시기에 늘렸던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계정 재분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는 시가로 평가하는 자산인 매도가능증권으로 늘리면 채권평가 손익을 인식할 수 있어 보험사들의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반대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오히려 채권평가손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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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성증권을 무한정 발행할 수도 없기 때문에 보험사마다 자본성증권 발행한도와 자본인정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기평 분석에 따르면, 발행한도와 자본인정한도는 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좌우되는데, KDB생명, 흥국화재, 한화손보 등이 발행한도 소진율이 높아 대규모 자본증권 발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흥국생명과 DGB생명 역시 발행한도 소진율이 높은 편에 속해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2023년 K-ICS가 도입되면 금리상승이 K-ICS 비율 상승으로 이어지며 RBC비율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의 부채 듀레이션이 대부분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어 금리상승이 순자산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금리변동에 따른 RBC비율 등락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보험사마다 자본관리능력이 크게 차별화되는 만큼, 각 사의 자본관리전략과 자본확충 추진경과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RBC비율과 K-ICS 대응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