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개발 멈춰
공급과잉에 고자세였던 토지주들, 이젠 인수 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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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물류센터 신규개발 움직임이 잦아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인상, 사업성이 악화한 탓이다. 운용사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자 그간 고자세를 유지했던 토지주들의 입장도 사뭇 달라졌다.
부동산 운용사들이 당분간 물류센터 신규개발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검토 중이던 열 몇 개의 부지 인수 건들이 전부 홀딩한 상태다. 조금이라도 먹기 위해 덤벼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자체 개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어려워 진행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물류센터 개발은 팬데믹이 본격화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화주 입장에서 건수를 따내기 다소 어려운 시장이었다. 수많은 금융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작년 하반기 이후론 운용사 다수가 투자에 소극적 기조로 변화, 물류센터 개발 속도도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1분기 물류자산 투자의 경우 거래규모는 약 4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금리 상승 사이클 진입 등으로 개발사업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철재·목재·합판 등 대부분의 건자재 가격이 35년 만에 최대치로 폭등, 개발 사업성이 이전보다 크게 악화하고 있다. 전국철콘연합회에 따르면 자재비 인상 변동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이 각각 50% 상승했다.
하중을 견뎌야 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구조에 원자재가 다수 들어가는 물류센터 같은 구조물에선 특히 직격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증액에 인건비까지 시공 분야에 따라 10~30% 올라 공사를 더욱 진행하기 어려워지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셧다운)되는 사례도 늘었다.
부동산리서치 CBRE코리아는 "올해 물류센터 총 공급량은 약 520만㎡ 수준으로 기존 예상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의 관련 규제 강화와 더불어 개발 비용 급상승으로 인해 향후 신규 공급 속에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운용사들은 궁극적으로 공사비가 안정돼야만 개발에 다시 착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대 영향보단 공사비 부담이 크다. 물류센터 개발의 경우 공사비가 1.5배 오를 동안 임대료 상승폭은 2%에 그친다. 손실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보니 토지가를 20%까지 낮춰서 오더라도 인수를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소 수익률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투자 건이 출회되지 않자 운용사 가운데 비용 집행을 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결성한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제때 소진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나오기 시작했다.
운용사와 토지주들 간 관계도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운용사들은 그간 물류센터 개발에 적합한 토지를 보유한 개인 혹은 법인들에 접촉해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 토지주들은 땅을 팔고 매각대금 중 일부는 개발 사업에 재투자하면서 고수익을 창출해왔는데, 공급과잉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운용사 상대로 고자세를 유지해온 면이 있었다. 하지만 개발이 멈춘 현재 먼저 인수를 종용하는 시도가 늘었다.
한 운용사 물류센터 투자 담당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토지주들이 고자세였다. 지금은 '땅을 사가지 않겠느냐'고 먼저 연락을 취해온다. 하지만 우리도 개발 검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거래 성사가 잘 이뤄지진 않는다"면서 "가격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물류센터 개발 셧다운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