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끝물…국내외 정세 변화 따른 불황형 자문은 늘 듯
전략 컨설팅 실효 의문 있지만…위기 때면 ‘글로벌 전문가’ 부각
M&A 호황기 컨설턴트 이탈 많아…인력쟁탈 양상 치열해질 듯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컨설팅 업계가 쏟아지는 일감에 반색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미뤄둔 M&A들이 속도를 내며 컨설팅사들이 분주했는데, 올해부터는 불황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의 일감도 많아질 전망이다. 컨설팅 수요 대비 인력 충원은 쉽지 않은 터라 컨설팅 업계의 호황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엔 포스트 팬데믹을 준비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보폭이 빨랐고, 이는 컨설팅을 비롯한 자문 업계의 일감 증가로 이어졌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M&A 거래액은 5조9000억달러(약 7400조원)로 전년 대비 60%가량 늘었다.
국내 컨설팅 시장도 호황이었다. 대기업은 물론 사모펀드(PEF)들도 웬만한 거래에선 컨설팅사에 커머셜실사(CDD)를 맡기는 것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컨설팅사는 예전엔 거래 이후 전략 수립이나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하곤 했지만, 최근엔 처음부터 거래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선 작년 자문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 인사가 많았다. 컨설팅 업계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아 작년말과 올해 초까지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승진 사례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맥킨지 한국사무소에선 컨설턴트 최고 직책인 시니어 파트너를 배출하기도 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투자 시장 분위기가 뜨겁지 않다.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며 관망세로 돌아선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 당분간 유동성의 힘은 유지되겠지만 시장 전체의 파이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거래 자문이 줄더라도 컨설팅사는 계속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올해 들어 불황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경기 하강 국면, 경제·자원 주도권 다툼 등으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 기업들은 앞서가는 경쟁사를 어떻게 따라잡을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후죽순 만들어둔 합작 사업은 어떻게 키울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전략 컨설팅은 비싸고 현실성 없는 조언만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위기 때는 글로벌 동향을 가장 잘 아는 곳이라며 찾는 수요가 많다. 주요 기업들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반에도 공급망 불안정 해소 방안, 가업 가치사슬 재정립 등 일감을 컨설팅사에 맡겼다. 일부 대기업들은 컨설팅을 받아 사업 철수나 구조조정을 결정하고, 그룹의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자체 역량이 좋아졌다지만, 시장을 읽는 시야와 일목요연한 정리는 아직 외부 컨설팅사를 따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외 컨설팅사 할 것 없이 거래 자문 일감이 많아 일을 맡기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할 정도였다”며 “올해는 시장이 불안정하다보니 기업들이 불황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벌려둔 사업을 어떻게 키우거나 정리해야 할 것인지 묻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이 계속 몰려드니 컨설팅 업계도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EY한영은 로컬 1위 컨설팅펌 티플러스(T-Plus)를 인수했다. 경험과 고객군이 아쉬운 EY한영과 밀려드는 일감을 소화할 역량이 부족하던 티플러스가 윈윈한 거래란 평가가 나온다. 다른 회계법인이 국내 컨설팅사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인력 쟁탈전은 더 치열하다. 컨설팅을 포함한 자문 업계는 지난 2년간 유동성 장세를 겪으며 기업, PEF, 벤처캐피탈 등으로 주축 인력을 대거 빼앗겼다. 이러니 인력 구성이 절반은 파트너, 절반은 신입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10%가 나가면 20%를 충원하라는 전략을 세운 곳도 있다고 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인력 이탈율이 줄고 있다지만 이미 생긴 간극을 메우려면 외부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BBM(베인·BCG·맥킨지)로 불리는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원래 차순위급 외국계 컨설팅사나 로컬 컨설팅사 인력을 충원하는 데 보수적이었지만 이제는 컨설턴트의 출신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경력을 발판삼으려는 지원자는 많다 보니 들고 나는 인력이 많아지는 분위기인데, 당장의 컨설팅 수준 저하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에 놓인 기업을 살리기 위해 운영 컨설팅(Operation Consulting) 수요도 늘고 있는데, 이 영역은 적어도 3년 이상 현업에서 활동한 컨설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력 품귀가 더 심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빅3 컨설팅사는 그 외 컨설팅사 출신 인력의 경우 경력의 일부만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다 인정해주고 뽑으려 해도 사람이 없다”며 “새로운 일감이 계속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선 인력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