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상장 철회 변수…경영진-회사 이익 달라질 수도
상장 이어지지만 경영진 성과 고집에 기업 전략 달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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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들은 지금까지 그룹이 설정한 목표를 따라 성장하고 경영진은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 왔지만 SK쉴더스 상장 철회를 계기로 이런 기대감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SK쉴더스 경영진은 부여받은 상장 목표를 맞추기 위해 공들였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이는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 전략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의 인정 욕구를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인데, 다른 계열사와 경영진에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 2020년 ‘파이낸셜 스토리’ 화두를 제시한 후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고, 신성장 산업엔 적극 뛰어들었다. 모든 계열사가 경쟁적으로 투자회사처럼 움직였고, 자본시장은 막대한 유동성으로 화답했다. SK그룹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천명한 후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성장 산업이 주목받은 덕도 봤다.
경영진들은 회사를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기본 급여보다 상여금을 더 받는 경우가 있었고,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으로 향후 성과를 독려받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경영진은 적기 상장의 공로로 후한 성과급을 받았다. 1만원 미만의 행사가로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최근 주가는 10만원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과거 카카오 투자로 183%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당시 박정호 사장에게 21억원의 일회성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도 책임경영 및 IPO 독려 목적의 주식 행사 권리를 부여했다.
회사의 성장과 경영진의 이해가 일치한 경험이 있었던 셈인데 앞으로도 이런 사례들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SK그룹은 궁극적으로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 입장에선 그룹 차원에서 설정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최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SK그룹이 경영진에 ‘인생역전’할 정도의 스톡옵션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룹 최고위층 인사들은 스톡옵션을 받아도 행사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당장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룹이 정해둔 숫자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는데, 각종 변수로 자본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터라 여유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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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신사업을 부각했지만 시장에선 보안기업 중 하나로 평가했다. 작년부터 상장전투자유치(Pre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확정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상장도 철회했다.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자 주당 가격을 2만5000원 수준으로 낮춰 증시에 입성하려 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는데 결국 무산됐다. 공모 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놓쳤다는 평가다. 박진효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가는 최대 2만4270원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SK쉴더스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시장에선 보안 회사 이상의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며 “상장이 무산되고 새로 유입될 자금이 막히면서 줄줄이 대기하던 M&A 건들의 향방도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SKC는 작년 9월 실리콘 음극재 업체 지분 투자 안건을 이사회에 올렸다 부결됐다. 장동현 SK㈜ 대표이사와 이성형 SK㈜ 재무부문장은 반대표를 던졌는데 한 달여 뒤 수정안이 이사회의 만장일치 찬성표를 받았다. 이완재 당시 사장과 그룹 수뇌부와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어찌됐든 이완재 전 사장은 주가가 최고점이던 시점(19만90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했고 200억원 가까운 이익을 얻었다.
원스토어는 SK쉴더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장 철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진 않는 분위기다. 회사는 주당 공모가 3만4300원~4만1700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재환 사장은 539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계획대로 상장만 이뤄지면 십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지만 분위기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 이하를 써낸 곳이 꽤 있는 분위기댜. 2만5000원 안팎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H&Q코리아의 투자를 받으며 2조7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보장수익률을 감안하면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해야 한다. 기존 임직원애 부여한 스톡옵션도 기업가치 3조원 수준인데, 지금 상황에선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11번가와 아마존과 협상을 이끈 공로가 있는 하형일 대표가 취임했다. 회사는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섰는데 호응이 뜨겁지는 않은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1번가의 경우 상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회사가 원하는 가치를 맞추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증시를 두드리는 SK그룹 계열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신이나 채권 시장과 달리 주식 시장은 ‘계열 물량’을 따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도한 목표를 잡고 들어오는 계열사들에 대해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회사 경영진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사업부 매각, 투자유치 등으로 시장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내년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존에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가적인 M&A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금까지 적극적인 M&A 행보로 국내 환경사업 분야의 입지가 공고해졌다. 추가 M&A를 추진하기엔 공정거래위워회의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큰 의미가 없는 곳을 사들이거나, 해외에서 다소 무리한 M&A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경영진 입장에선 성과지만 회사 입장에선 재무구조 악화를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
SK온 경영진은 지배기업인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받을 권리를 갖는데 최근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3조~4조원 규모 투쟈 유치를 꾀했지만 투자 열기가 처음만 못하다. 지금 상황에선 경영진이 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처음부터 보통주 투자유치를 고집하는 고자세를 보였는데, 최근 각종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SK그룹은 이 외에도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 상장을 꾀하는 기업들이 많다. 다른 기업들도 2025년 장기 전략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올해부터는 경기 하강, 금리 상승 등 다양한 변수가 많아 장기 불황으로 갈 수도 있다. 계열사 경영진 입장에선 그룹에서 내려받은 성적표를 달성하려면 무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들도 부담이 커지면서 직접적인 투자 유치보다는 구조화를 거쳐 대출성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며 “경영진 입장에선 원하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