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7000억…높은 구주매출 40%도 부작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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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 태림페이퍼가 결국 상장을 철회한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에 이어 태림페이퍼가 5번째다.
11일 태림페이퍼는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참여율을 거두면서 상장을 철회키로 결정했다. 태림페이퍼는 9일부터 이틀간 기관을 대상으로 청약을 신청받은 바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 대상 청약 경쟁률이 상당히 저조했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관 대상 경쟁률이 100대 1 미만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희망 공모가(1만9000원~2만2000원)를 기존 대비 20% 낮추기로 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 하단에서 가격이 책정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림페이퍼가 희망한 기업가치는 공모가 상단 기준 7000억원이다. 다른 골판지 원지 업체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을 높게 잡으며 몸값이 다소 비쌌다는 평이다. 다른 골판지 원지 업체들의 PER이 4~6배 수준인데, 태림페이퍼는 약 11.1배를 적용했다.
높은 구주 매출 물량도 발목을 잡았다. 태림페이퍼는 이번 공모에서 810만4000주를 모집하는데, 구주 매출 빙율이 40%에 달했다. 구주 매출 대상은 세아상역이 보유한 태림페이퍼 지분으로, 세아상역이 2020년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뒤 재무 부담을 낮추고자 상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태림페이퍼는 태림포장그룹의 계열사다. 2019년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태림페이퍼 지분 100%를 국내 의류 제조업체인 세아상역에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889억, 11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9.6%, 58.8%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온라인 쇼핑 및 택배 등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골판지 수요도 늘어나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반짝 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